[이학영 칼럼] '프랜차이즈 갑질'을 없앨 확실한 방법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면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내놓는 진단이 있다. 대기업과 건물주 등 사회적 강자들의 탐욕과 횡포가 정책 효과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기업들이 약자 쥐어짜기를 멈추고 가진 자들이 조금 더 양보하면, 대부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완책으로 내놓는 조치들이 ‘기·승·전·갑질척결’ 공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일 것이다.

최저임금의 다락같은 인상에 반발한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여당 책임자들이 쏟아낸 ‘해법’은 그 전형을 보여준다.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근본 원인은 고삐 풀린 상가 임대료와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계약이다”(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갑의 횡포를 근절해야 한다”(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국무회의에서는 안도현 시인의 시까지 등장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낙연 국무총리는 ‘너에게 묻는다’는 제목의 이 시를 인용하며 “대기업과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한 번씩 물어보면 좋겠다”고 했다.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들이 걱정을 담아서 했을 얘기의 말꼬투리를 잡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몇 가지 짚어 봐야 할 게 있다. 먼저 700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소상공인 가운데 가맹점 사업자는 30만 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가맹본부들을 다그친다고 해서 나머지 95%의 최저임금 부담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문제가 최저임금에서 비롯됐는데, 다른 곳에 화살을 돌리는 건 정도(正道)가 아니다.

가맹본부의 불공정과 ‘갑질’ 폐단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여당의 해결 방안도 “최선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시위 직후 내놓은 지원 대책은 가맹본부의 ‘횡포’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담았다. 광고 및 판촉행사 비용을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할 때는 사전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규정을 무기 삼아 함부로 가맹을 해지할 수 없도록 법을 바꾸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00개 프랜차이즈 본사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가맹점들에 대한 불공정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나섰다.

입법과 행정력을 총동원한 정부·여당 압박에 가맹본부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유증과 책임을 엉뚱한 곳에 돌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점주들 반응도 시큰둥하다. 예컨대 “본사는 지금도 광고비를 집행할 때 점주들의 동의를 받고 있는데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점주의 동의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바꾼들 요식행위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것이다.

얼마 전 만난 기업인으로부터 귀가 활짝 열리는 얘기를 들었다. “가맹본사와 점주 사이의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고,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도록 할 확실한 방법이 있다.” 그의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각 프랜차이즈 기업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특정 기간, 예컨대 최근 1년간 신규 가입한 점포와 이탈한 점포 명단을 올리도록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가맹점에 최선의 서비스를 하는 본사에는 가입하는 점포가 줄을 이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는 이탈 점포가 꼬리를 이을 것이다. 꼼짝할 수 없는 시장에서의 선택에 의해 나쁜 가맹본부는 저절로 도태되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으로 점주들과 상생하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게 자명하다. 정부가 엄청난 인력과 시간,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울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것이 ‘시장에 의한 해결’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논란을 빚고 있는 상당수 정책은 이런 식으로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해법을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각 사업장과 근로자들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으로 빚어지고 있는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사적 자치의 영역을 존중해 탄력적으로 제도를 적용함으로써 근로자 소득 감소와 기업 일손 부족 문제를 풀어 나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제도의 취지와 운영의 묘를 함께 살릴 수 있는 길을 외면하고 엉뚱한 ‘보완책’을 고집하면서 빚어지는 국가적 낭비가 너무도 심각하다.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