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은 사람이 없어 채용을 못하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자리 주인을 찾는 구인공고만 694만 개로 실업자 수(628만 명)를 크게 웃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감세 및 투자 활성화에 힘입어 경기가 활황세를 타면서 일자리가 계속 생겨나고 있어서다.

美는 일손 부족 '행복한 고민'… 채용 공고가 실업자보다 많아
미 노동부는 지난 7월 구인공고 수가 전달보다 11만7000개(1.7%) 증가한 694만 개(계절조정치)로 2000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뒤 최대라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단순 계산하면 같은 달 실업자 수(628만 명)보다 일자리가 66만 개나 더 많다.

뉴욕타임스는 “7월 구인공고 급증은 고용이 계속 증가할 것을 알리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인력 확보가 쉽지 않자 기업들은 재소자, 전과자, 미성년자, 무경험자 등에게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 중소기업·자영업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충분한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중소기업이 38%로 45년 만에 가장 많았다. 기업들의 4분의 1은 “적당한 근로자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사업상의 문제”라고 답했다.

실업률이 3.9%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가 되면서 급여와 근로시간 등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자발적 실업자가 되는 근로자도 늘고 있다. 7월에만 358만 명이 이직을 위해 스스로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분야 이직률은 7월 2.7%로 과거 최고 기록인 2001년 2.9%에 바짝 다가섰다. 공공 분야를 더한 총이직률도 2.4%로 기록적 수준이다.

제시 에거튼 JP모간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근로자들이 이직을 통해 더 나은 직업을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며 “이는 더 높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수많은 일자리는 민간 기업들이 창출하고 있다. 제조업, 금융 및 보험, 호텔 등 민간 분야 구인공고는 전달보다 14만3000개 증가한 반면 정부 분야의 임용 공고는 1만6000개 감소했다. 지난 7일 발표된 8월 고용지표에서도 비농업 신규고용은 20만1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 가운데 정부 부문 취업자 수는 되레 3000명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부처·기관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