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최대 딜러인 한성자동차의 서울 도산대로 전시장 모습. (사진=김정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최대 딜러인 한성자동차의 서울 도산대로 전시장 모습. (사진=김정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의 한국 판매 고공행진에도 딜러들의 실적 고충은 커지고 있다. 내부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를 팔지 못하는 영업 인력이 속출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벤츠 승용차 영업사원 가운데 단 1대도 팔지 못한 딜러들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2~3년간 폭발적인 판매 성장세에 힘입어 영업 직원 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딜러 1인당 실적 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벤츠의 딜러·서비스 인력은 5000여 명이다. 작년 말 기준 4500명에서 올해만 500명이 충원됐다. 이중 차를 판매하는 영업직은 약 2500여 명이 넘는다.

40대 벤츠 딜러 A씨는 "차를 팔아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고, 영업사원 숫자가 늘어나 실적 올리기에 애를 먹고 있다"고 털어놨다.

수입차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인해 많게는 1000만원 이상 깎아주는 등 출혈 경쟁을 벌이는 것도 딜러들의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힌다.

30대 한성자동차 딜러 B씨는 "E클래스 한 대를 팔면 할인이 많이 들어가 남는 게 없다"면서 "고객과 상담하고 계약하는 2시간가량이 허탈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했다.

경쟁사인 BMW그룹코리아의 영업·서비스 직원은 6000여 명 수준. 5000명의 벤츠코리아가 BMW를 큰 차이로 앞서고 있는 판매량을 감안하면 영업 인력을 더 늘릴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BMW 화재 사태 이후로 잘 팔리는 아우디, 벤츠 등으로 이동하는 BMW 딜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8월 벤츠코리아는 물량 부족에 판매량이 전월 대비 36% 급감해 딜러들이 영업에 고충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부터 올 11월까지 디젤 차량의 경우 환경부로부터 종전 유럽연비측정방식(NEDC)에서 새 배출가스 측정 방식인 국제표준시험법(WLTP)에 맞춘 인증을 받아야 해 벤츠코리아의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딜러 몫이 된다.

벤츠코리아는 지난달부터 새 인증을 받은 2019년형 모델의 판매를 시작했다. 다만 차종별 인증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달에도 딜러에게 할당되는 물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벤츠코리아는 2016년과 2017년사이 총 23개의 신규 전시장 및 서비스 매장을 추가로 열었다. 전시장은 42개에서 50개로, 서비스 센터는 48개에서 55개로 각각 늘었다. 벤츠 공식 인증중고차 매장의 경우 11개에서 19개로 확대됐다. 벤츠는 올 들어서도 새 전시장 4개, 서비스 센터 3개, 인증중고차 1개 등 총 8개 지점을 늘렸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2년 전부터 신규 매장과 서비스 센터가 대폭 늘어나면서 인력이 많아졌다"며 "기존 딜러들 파이를 감안해 딜러사 재량으로 무작정 영업 팀을 늘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