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는 뜻이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비유다. 1360㎞에 달하는 긴 국경선을 맞댄 양국은 사회주의 혈맹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다.

13일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북·중 무역 규모는 52억6000만달러다. 북한 전체 무역액의 94.8%에 달한다. 여기에 ‘우호 비용’이란 명목으로 중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현물지원이나 원조를 감안하면 경제적 측면에서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비핵화 협상 교착의 원인으로 중국 배후론을 거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북 관계를 두 단어로 요약한다. 1990년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방조’와 ‘연루’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다는 것이다. 그냥 놔두자니 중국의 경제와 안보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고, 깊숙이 개입하자니 막대한 비용과 ‘평양의 저항’을 피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중국은 원조와 무역이란 경제적 무기를 설득과 위협 양면으로 활용하곤 했다. 2차 핵 위기가 발생한 2002년 상반기 북·중 무역 규모(3억2500만달러)는 전년 동기보다 24% 급감했다. 그러다 2003년 하반기엔 6억4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1% 급증했다. 북한이 말썽을 일으키자 강압을 가했다가 워싱턴과 도쿄의 제재 강화로 평양의 고립이 심해지자 이번엔 ‘당근’으로 설득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정치적·경제적 생존을 위해 베이징에 더욱 의존하면서 역설적으로 상호 불신과 분노는 더욱 커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2014년 친중파의 대표 격인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북·중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김정은이 올해에만 세 차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얼어붙었던 관계가 급속도로 녹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서방의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를 “상호 삐걱거리는, 내키지 않는 구걸관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윤대엽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선 미·중 양국의 협조가 필수”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