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뒷줄 왼쪽 다섯 번째)과 이봉구 한국경제신문 경영지원실장(네 번째)이 1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식약처 25초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뒷줄 왼쪽 다섯 번째)과 이봉구 한국경제신문 경영지원실장(네 번째)이 1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식약처 25초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이제 절대 안 속을 거야!”

한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의 거짓말에 배신감을 느끼며 울부짖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과거 회상 장면이 바로 이어진다. 그를 바라보며 “멋있어졌다”고 얘기하는 여자친구. 하지만 남자는 “풍성해진다면서 뭐가 풍성하냐고!”라며 화를 낸다. 여자친구가 탈모에 좋다며 샴푸를 건넸지만 탈모가 더 심해진 것이다. 다이어트 약도 권유해서 먹었는데 오히려 7㎏이 쪘다. 카메라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 쓸쓸히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비춘다. “다른 사람한테는 거짓말하지 마. 너무 아프니까.”

이남미·윤재평 감독이 ‘식약처 25초영화제’에 출품한 영상 ‘이별남’이다. 이 작품은 1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효과가 좋다는 식·의약품 얘기에 귀가 쫑긋해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지인이 이런 식으로 권유하면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영상은 이런 경고성 메시지를 유머를 담아 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5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는 식·의약 허위·과대광고를 근절하기 위해 ‘헐~ 속았지? 허위광고에 울고 과대광고에 속았던 [ ] 에피소드’를 주제로 펼쳐졌다. ‘안전한 식·의약, 건강한 국민, 행복한 사회’를 모토로 하는 식약처는 허위·과대광고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이번 영화제를 마련했다.

"식·의약품 허위광고 물렀거라"… 경고·풍자 돋보인 '25초 영상쇼'
공모는 지난 7월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됐다. 출품작은 총 270편. 일반부에서 145편, 청소년부에서 125편이 접수됐다. 이 중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된 10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탈모 샴푸부터 미세먼지 마스크, 온라인에서 산 불법 약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유쾌하게 표현해냈다. 기존 29초영화제에 비해 시간이 4초 짧아진 만큼 더 강렬한 작품이 많았다.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은 피재은 감독의 ‘2주같은 하루, 하루같은 2주’는 허위·과대광고를 찍는 현장을 재밌게 다뤘다. 한 여성 모델이 카메라를 보며 여드름 흉터를 단 2주 만에 치료해준다는 약을 소개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용 광고를 찍고 있는 것. 모델은 약을 소개한 뒤 “제가 한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2주 뒤에 만나요”라며 손을 흔든다. “컷!” 소리가 울려퍼지고 2주 후 경과를 보고 다시 촬영을 재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모델은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데 스태프가 다시 모델을 붙잡는다. “2주 후 것도 오늘 촬영합니다”라며 분장팀을 부른다. 2주 후의 경과 따윈 애초에 관심이 없었고 분장으로 가려서 효과가 좋은 것처럼 포장하려 할 뿐이다.

청소년부 대상은 ‘약은 약국에서’를 만든 주동철 감독에게 돌아갔다. 사람들이 각자 ‘약’을 연기하는 독특한 설정과 강렬한 메시지 전달로 호평받았다. 세 명의 남성은 각자 자신을 약이라고 칭한다. 두통약, 감기약, 소화제다. 이 약들은 서로 더 잘났다며 싸운다. 이때 한 남성이 등장한다. 그가 약들을 향해 어디서 왔냐고 묻자 약들은 싸움을 멈추고 대답한다. “인터넷이요.” 장면이 전환되고 약들은 모두 쓰러져 있다. 불법 인터넷 약품구매 단속에 나선 남성이 이들을 쓰러뜨리고 잡으러 온 것이다. “인터넷 약품구매 불법인 거 모르셨어?”라는 멘트가 나오고 곧 “약은 약국에서”란 자막이 흐른다.

이 밖에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김지환 감독은 ‘미세먼지 마스크, KF마스크를 확인하세요’로 일반부 우수상을 차지했다. 미세먼지가 많다는 뉴스에 마스크를 사러 온 한 남성은 약국에서 검은 마스크를 골라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자꾸 기침이 나온다. 다른 사람들도 마스크를 했지만 유독 혼자만 그렇다. 식약처의 인증마크인 ‘KF마크’가 찍힌 마스크를 사야 하는데 방한기능만 있는 일반 면 마스크를 구입한 것이다. 일반부 특별상을 받은 유재중 감독의 ‘(과대)광고찰영현장’은 모기를 한번에 퇴치해준다는 팔찌를 소재로 삼았다. 한 광고촬영 현장에선 모델이 카메라를 향해 “팔찌 하나 착용했을 뿐인데 주변에 모기가 싹 다 죽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돌연 촬영을 멈추는 감독. 주변에 모기가 너무 많아 모기를 잡고 가자고 한다. 스태프들은 전부 촬영을 위해 모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다.

이날 시상식에는 류영진 식약처장과 김윤태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부회장, 이봉구 한경 경영지원실장, 조일훈 한경 편집국 부국장, 수상자와 가족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수상자들에겐 일반부 대상 300만원 등 총 1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아이돌 그룹 라붐은 축하공연을 선보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