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보고서 부실·임기말 '땡처리 출장' 구태 여전
상임위 격년제 연수·결과 평가보고회 변화 조짐도
"조례 제정으로 여행 적합성 엄격 심사"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장과 김용범 의원 2명은 임시회가 한창이던 지난 7월 26일부터 30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다녀왔다.

국제관함식 개최 문제 등 굵직한 현안을 뒤로 한 채 회기 중 해외출장을 단행해 시민단체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줄줄 새는 지방곳간] ③ 혈세로 세계 일주? 지방의원 외유성 출장
제주도의회 홈페이지 의정활동 게시판에 올라온 7쪽 분량 '국외 출장보고서' 상당 부분은 여행 일정으로 채워졌고, 자카르타 의회 방문 등 실질적인 출장 내용은 2문장에 그쳐 부실 보고서 논란도 일었다.

출장에 김 의장은 252만원, 김 의원은 226만원을 썼다.

경기도 김포시의회 의원 10명과 의회사무국 5명, 시 집행부 2명 등 17명으로 구성된 연수단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북유럽 3개국을 도는 의정연수를 추진했다가 취소했다.

폭염 피해가 잇따르고 지난달 13일 한강 하구에서 구난활동을 하던 김포소방서 소방관 2명이 순직, 추모 분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해외연수를 계획해 비난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6·13 지방선거로 전국 지방의회가 재편됐지만, 외유성 해외출장의 구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앞서 지난 1∼2월 지방의회의 해외출장 몰아가기는 극에 달했다.

이른바 임기말 '땡처리 출장'이었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10개 상임위원회와 5개 친선의원연맹, 도의회대표단의 해외출장이 1∼2월에 집중됐다.

'국외활동(해외출장)이 특정 시기에 편중되지 않도록 한다'고 규정한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 활동에 관한 조례'를 어기며 출장을 강행했다.

한 의원의 경우 도의회대표단, 상임위원회, 친선의원연맹 등 한 달 사이 3개 출장을 추진하다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친선의원연맹의 캐나다 출장을 포기했다.

캐나다까지 갔다면 한 달에 21일을 해외출장으로 소일할 뻔했다.

경기도의회가 연초에 해외출장비를 모두 소진한 탓에 새로 꾸려진 제10대 도의회는 올 하반기 해외출장 계획이 없다.

경기도의회 의원은 상임위원회 해외출장에 1명당 연간 341만원, 친선의원연맹 해외출장에 1명당 117만원이 책정된다.

전남도의회도 지난 1월 상임위원회별로 일본, 중국에서 3건의 해외연수와 국제교류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했다.

전남도의회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발리, 미국 하와이,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을 순회 방문해 '혈세로 세계 일주를 한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지난 7월 새로 출범한 제11대 전남도의회도 구태 답습의 조짐을 보인다.

안전건설소방위원회는 다음 달 2∼11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로 연수를 다녀오기로 했다.

'전남형 도시재생 모델개발 및 정책 제안을 위한 벤치마킹'이 명분이다.

보건복지환경위원회는 '전남 복지정책 발굴 및 산림자원 보존 관리방안 모색'을 위해 29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베트남과 싱가포르를 방문한다.

애초 유럽을 방문지로 모색했다가 예산 등을 고려해 목적지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방의회와 달리 혈세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해외출장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하고 내실을 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지방의회도 상당수라 결실을 볼지 주목된다.

강원도의회는 매년 시행하던 상임위 연수를 격년으로 줄이고 동남아에 국한된 연수 장소도 서방 선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연구보고서를 의원이 직접 작성하도록 하고 연수결과에 대한 평가보고회를 열기로 했다.
[줄줄 새는 지방곳간] ③ 혈세로 세계 일주? 지방의원 외유성 출장
울산시의회도 사전에 국외연수 계획서를 내고 사후에는 성과보고회를 개최해 실효성 있는 국외연수를 진행하기로 했다.

울산시의회 황세영 의장은 13일 "지방의원의 국외연수는 의원의 견문을 넓히고 수준 높은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하다고 본다"며 "국외연수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의원별 국외연수 성과보고회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의회는 예행계획서 제출 시한을 출국 전 20일에서 30일로 앞당기고 여행보고서 제출 시한은 귀국 후 30일 이내에서 20일 이내로 앞당기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다.

노기섭 부산시의회 운영위원장은 "국외 연수심사를 의장 훈령으로 하다 보니 심사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조례 제정으로 여행 적합성 심사가 엄격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조례 제정으로 해외연수에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도시안전위원회는 오는 30일부터 4박 5일간 원전폭발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를 찾아 원전 안전대책 마련 방안을 논의한다.

해양교통위원회는 다음 달 5박 6일 일정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물류 인프라 구축 사례와 남북경협 확대에 대비한 부산 물류업계 대처 방안 등을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과거 유럽과 북미 일변도의 외유성 해외연수와는 차별화돼 관심을 끌고 있다.

(임보연 장영은 강종구 변지철 손상원 최찬흥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