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국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낮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환자가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거의 호소하지 않았던데다 접촉자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추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최장 잠복기인 22일까지 접촉자 관리를 할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접촉자 관리 상황 및 환자의 임상양상 등을 고려했을 때 (메르스) 확진환자 이모씨(61)로 인한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장 잠복기인 접촉 후 14일까지는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접촉자 관리, 의료기관 감염관리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감염병 위기관리대책 전문위원회, 민간전문가 자문단과의 중간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대규모 확산 가능성은 낮다는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에 동의했다.

정 본부장은 "환자를 음압격리실에서 격리해 진료했기 때문에 의료기관 노출이 없었다"며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경미했기 때문에 전파력이 낮았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 중 다른 사람과의 접촉 횟수가 적었던 점, 의심환자 중에서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날 이씨와 접촉한 뒤 추가감염 위험이 높은 밀접접촉자 21명을 대상으로 메르스 바이러스 검사를 했다. 그 결과 모두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부분도 추가 확산 위험을 낮게 평가하는 근거가 됐다.

브리핑에 함께 참석한 전문가들은 "환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자제해달라"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최보율 한양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공중보건위기대응사업단 단장)는 "환자나 의심환자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격리 받으면서 치료 받고 있다"며 "우리 사회나 국민들이 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불편함을 최소화할 지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준 이씨와 접촉한 뒤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사람은 21명, 감염 위험이 낮은 일상접촉자는 427명이다. 이중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사람은 외국인 2명으로 줄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