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전기, 中에 전장용 MLCC 공장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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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5000억 투자…내년 말 완공
삼성전기, 車 전장용 MLCC로 체질개선…日 무라타 아성에 도전장
中 톈진에 전장용 MLCC 공장
전기車·자율주행車 인기에
전장용 MLCC 수요 폭발적
車 1대에 1만5000여개 사용
사업구조 바꾸고 고수익 '두토끼'
혹한·고온·습도 견디는 고사양
IT용 제품보다 3배 이상 비싸
글로벌 완성車 업체를 고객으로
삼성전기, 車 전장용 MLCC로 체질개선…日 무라타 아성에 도전장
中 톈진에 전장용 MLCC 공장
전기車·자율주행車 인기에
전장용 MLCC 수요 폭발적
車 1대에 1만5000여개 사용
사업구조 바꾸고 고수익 '두토끼'
혹한·고온·습도 견디는 고사양
IT용 제품보다 3배 이상 비싸
글로벌 완성車 업체를 고객으로
삼성전기가 중국 톈진에 자동차 전기장치(전장)에 들어가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 삼성그룹이 지난 8월 초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전장부품을 4대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3년간 2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 중 하나다.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약 5000억원을 들여 중국에 첫 전장용 MLCC 공장을 짓기로 했다. 1차 투자액 5000억원은 토지 매입과 기반 시설(전기·수도 시설 등) 조성, 공장 건설 등에 투입할 비용으로, 생산 장비 투자는 별도로 이뤄진다.
삼성전기는 톈진에 전자제품에 쓰이는 정보기술(IT)용 MLCC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장용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투자 계획을 의결할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착공에 들어가 내년 말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장비 반입 시기 등을 고려하면 2020년 중반께 제품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MLCC는 전자제품에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의 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한다. 반도체와 함께 ‘산업의 쌀’로 불린다. 주요 제품 크기는 0.4㎜(가로)×0.2㎜(세로)로 머리카락 두께(0.3㎜)와 비슷하다. 최근 IT 제품의 사양이 높아지고 자동차의 전장화가 빨라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1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생산 기업인 일본 무라타제작소는 지난 7월 주요 고객사들에 올해 안에 모든 MLCC 제품 가격을 20~30% 올릴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고객사들이 가격에 상관없이 ‘일단 물량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식으로 경쟁하고 있어서다. 무라타 본사 앞 호텔에 전 세계에서 몰려든 구매 담당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MLCC 중에서도 자동차 전기장치(전장)용 제품은 생산하는 데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수요량 대비 60%가량의 물량만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무라타가 발 빠르게 전장용 MLCC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이유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지난 4월 “무라타가 전장용 MLCC 증설을 위해 약 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없어서 못 판다”
삼성전기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톈진에 전장용 MLCC 공장을 짓는 것도 이 제품이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와 자율주행차 기술 향상으로 전장용 MLCC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1개에는 800~1000개의 MLCC가 들어가는 데 비해 전기차 1대에는 최대 1만5000개가 필요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서는 ‘안전’을 책임지는 고사양 MLCC 역할이 중요하다. 고사양 MLCC는 운전자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군인 엔진전자제어장치(ECU), 크루즈 컨트롤(반자율주행), 에어백 시스템 등에 들어간다.
보급형 MLCC는 인포테인먼트 등 기타 전장 부품에 사용된다. 무라타, TDK 등 일본 업체들은 고사양 MLCC에 집중하고 있고 대만 야게오, 한국 삼화콘덴서 등은 보급형 제품이 주력이다.
무라타, TDK 등 일본 업체들이 고사양 전장용 MLCC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보유한 기술력 때문이다. 고사양 제품은 섭씨 125도 수준의 고온은 물론 영하 55도의 혹독한 추위, 85%에 달하는 높은 습도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외부 충격이나 압력이 가해졌을 때 제품 내부에 균열이 발생하거나 합선 현상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 MLCC에 이상이 생겨 주요 반도체에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전장용 MLCC는 정보기술(IT)용 제품에 비해 가격이 3~10배 비싸다.
◆공격 투자 나선 삼성전기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판매 실적은 미미하다. 아직까지 제품 포트폴리오가 IT용 MLCC에 편중돼 있어서다. 최근 부산사업장에 전장용 MLCC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대규모 인력 충원에 나섰지만 생산 규모를 크게 늘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중국 투자를 통해 전장용 MLCC 생산능력을 키우는 등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IT용 MLCC 시장에서 세계 4위(시장 점유율 기준)에 머물렀던 삼성전기는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2010년 2위로 올라섰다. 이 회사는 전장용 MLCC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무라타 등 일본 업체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0년에는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이 1조3000억원을 기록해 3년 만에 43배(2017년 3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중국 공장 건설을 계기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주요 고객사로 끌어들인다는 목표도 세웠다. 톈진(MLCC), 가오신(카메라 모듈), 쿤산(인쇄회로기판) 등에 있는 중국 생산법인들을 거점으로 삼아 중국 내 고객사에 대한 공략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투자는 고려 중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 MLCC
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주는 부품. 반도체와 함께 ‘산업의 쌀’로 불린다.
고재연/박상익 기자 yeon@hankyung.com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약 5000억원을 들여 중국에 첫 전장용 MLCC 공장을 짓기로 했다. 1차 투자액 5000억원은 토지 매입과 기반 시설(전기·수도 시설 등) 조성, 공장 건설 등에 투입할 비용으로, 생산 장비 투자는 별도로 이뤄진다.
삼성전기는 톈진에 전자제품에 쓰이는 정보기술(IT)용 MLCC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장용 공장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투자 계획을 의결할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착공에 들어가 내년 말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장비 반입 시기 등을 고려하면 2020년 중반께 제품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MLCC는 전자제품에서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의 부품이 필요로 하는 만큼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한다. 반도체와 함께 ‘산업의 쌀’로 불린다. 주요 제품 크기는 0.4㎜(가로)×0.2㎜(세로)로 머리카락 두께(0.3㎜)와 비슷하다. 최근 IT 제품의 사양이 높아지고 자동차의 전장화가 빨라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1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생산 기업인 일본 무라타제작소는 지난 7월 주요 고객사들에 올해 안에 모든 MLCC 제품 가격을 20~30% 올릴 계획이라고 통보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고객사들이 가격에 상관없이 ‘일단 물량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식으로 경쟁하고 있어서다. 무라타 본사 앞 호텔에 전 세계에서 몰려든 구매 담당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MLCC 중에서도 자동차 전기장치(전장)용 제품은 생산하는 데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수요량 대비 60%가량의 물량만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무라타가 발 빠르게 전장용 MLCC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이유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지난 4월 “무라타가 전장용 MLCC 증설을 위해 약 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없어서 못 판다”
삼성전기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톈진에 전장용 MLCC 공장을 짓는 것도 이 제품이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와 자율주행차 기술 향상으로 전장용 MLCC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1개에는 800~1000개의 MLCC가 들어가는 데 비해 전기차 1대에는 최대 1만5000개가 필요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서는 ‘안전’을 책임지는 고사양 MLCC 역할이 중요하다. 고사양 MLCC는 운전자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군인 엔진전자제어장치(ECU), 크루즈 컨트롤(반자율주행), 에어백 시스템 등에 들어간다.
보급형 MLCC는 인포테인먼트 등 기타 전장 부품에 사용된다. 무라타, TDK 등 일본 업체들은 고사양 MLCC에 집중하고 있고 대만 야게오, 한국 삼화콘덴서 등은 보급형 제품이 주력이다.
무라타, TDK 등 일본 업체들이 고사양 전장용 MLCC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이 보유한 기술력 때문이다. 고사양 제품은 섭씨 125도 수준의 고온은 물론 영하 55도의 혹독한 추위, 85%에 달하는 높은 습도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외부 충격이나 압력이 가해졌을 때 제품 내부에 균열이 발생하거나 합선 현상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 MLCC에 이상이 생겨 주요 반도체에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전장용 MLCC는 정보기술(IT)용 제품에 비해 가격이 3~10배 비싸다.
◆공격 투자 나선 삼성전기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판매 실적은 미미하다. 아직까지 제품 포트폴리오가 IT용 MLCC에 편중돼 있어서다. 최근 부산사업장에 전장용 MLCC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 대규모 인력 충원에 나섰지만 생산 규모를 크게 늘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중국 투자를 통해 전장용 MLCC 생산능력을 키우는 등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IT용 MLCC 시장에서 세계 4위(시장 점유율 기준)에 머물렀던 삼성전기는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2010년 2위로 올라섰다. 이 회사는 전장용 MLCC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무라타 등 일본 업체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020년에는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이 1조3000억원을 기록해 3년 만에 43배(2017년 3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중국 공장 건설을 계기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주요 고객사로 끌어들인다는 목표도 세웠다. 톈진(MLCC), 가오신(카메라 모듈), 쿤산(인쇄회로기판) 등에 있는 중국 생산법인들을 거점으로 삼아 중국 내 고객사에 대한 공략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투자는 고려 중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 MLCC
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주는 부품. 반도체와 함께 ‘산업의 쌀’로 불린다.
고재연/박상익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