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시범철수·JSA 비무장화·DMZ 유해발굴 등 이르면 연내 가능
DMZ 일정거리 완충지대 설정 논의…'NLL 평화수역화 단계' 진전
[평양정상회담 D-2]④군사신뢰 주춧돌 설까…군사협력 기대고조
남북 군사 당국이 18~20일 평양 정상회담을 앞두고 '포괄적 군사분야 합의서' 문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어 진전된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04년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와 관련한 조치들이 합의된 적은 있으나, 이번에 논의되는 군사협력 사안들은 내용을 볼 때 당시 합의를 뛰어넘는 것들이라고 국방부 당국자들은 입을 모은다.

국방부의 한 당국자는 16일 "긴장완화와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남북이 그간 논의도 했고 공감도 했다"면서 "지금은 각각의 콘텐츠(군사협력 의제)별로 실질적으로 실천해보자는 강한 의지를 갖고 논의를 해온 것이 과거와 큰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각각의 콘텐츠에 대한 이행 시기와 방법 등을 담은 군사분야 합의서 초안을 상호 교환해서 문안을 정리 중"이라며 "실질적인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끌어내는 막바지 단계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군사분야 합의서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측 국방부 장관과 북한 인민무력상 간의 서명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이 합의서는 육·해상, 공중에서 적대 행위 중지를 명문화한 판문점 선언의 군사분야 후속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국방부는 "이번 평양 정상회담 계기에 남북 군사 당국 간 군사분야 합의서가 체결될 경우 양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군사적 긴장 해소와 신뢰구축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구체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실질적인 '주춧돌' 구실을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상회담에서 채택될 포괄적 군사분야 합의서에는 비무장지대(DMZ) 안팎에서의 적대행위 중지와 군사협력 사안 추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적대행위 중지 및 평화수역 조성, 초보적 군비통제 실행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평양정상회담 D-2]④군사신뢰 주춧돌 설까…군사협력 기대고조
이와 관련, 남북은 13~14일 판문점에서 무려 17시간의 마라톤 군사실무회담을 갖고, DMZ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와 DMZ 유해공동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의 군사협력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르면 연내에 착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GP 시범철수와 관련해서는 DMZ 안으로 1㎞ 거리까지 들어와 있는 GP부터 철거하기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각각 10여 개가량 된다.

일단 시범 철수해 문제점을 확인한 뒤 DMZ 내 모든 GP의 철수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JSA 비무장화는 남북 경계병력이 권총과 소총 등으로 무장하지 않음은 물론 1976년 발생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이전처럼 JSA 내에선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방안에 양측이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6·25전쟁 전사자들이 묻혀 있는 DMZ내 유해공동발굴은 남측 철원과 김화, 북측 평강을 잇는 이른바 '철의 삼각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철의 삼각지는 백마고지 전투와 지형능선 전투 등이 있었던 6·25 전쟁 최대 격전지인 데다 궁예도성 유적지도 있어 유해공동발굴과 함께 유적발굴도 가능한 지역이다.

남북은 철의 삼각지 중에서도 6·25 전쟁 전사자 유해가 많고 발굴이 용이한 백마고지 등을 골라 시범적으로 작업한 뒤 발굴지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와 문화재 발굴에 앞서 지뢰 제거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남북은 이미 서부·동부전선에서 지뢰를 제거해 서해지구와 동해지구의 남북관리구역을 각각 설치한 바 있다.

이런 관리구역 추가 설치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만여 발의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DMZ에서 지뢰를 차근차근 제거하면 한반도 중앙을 관통하는 3번 국도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사업과 서울-원산간 경원선 철도도 복원될 토대가 마련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8·15 경축사에서 밝힌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지뢰 제거를 통해 남북 종적 연결을 넘어서 동서를 포함한 종횡적 연결도 가능할 것"이라며 "1999년 발표된 오타와협약(대인지뢰금지협약)에 남북한이 동시에 가입하는 방안도 추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DMZ를 기준해서 남북으로 10~20㎞ 지역을 완충지대로 설정해 군용기 및 정찰비행 금지와 군사훈련 중지를 비롯해 훈련이나 부대 이동이 있을 때는 상호 통지하는 초보적 형태의 군비통제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전방 남북한 작전부대를 비롯한 국방부와 인민무력성, 합참과 북한군 총참모부 간의 핫라인(직통전화) 설치 필요성도 우리 측은 제의한 것으로 알려져 최종 합의에 이를지 관심을 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군사분야 합의서에 군사공동위원회 설치 가동과 핫라인 개설 방안 등이 원론적 수준에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평양정상회담 D-2]④군사신뢰 주춧돌 설까…군사협력 기대고조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을 만들기 위한 세부적인 조치들이 합의될지도 관심이다.

남북은 이번 군사실무회담에서 서해 평화수역 조성의 준비 단계로 NLL 일대에 함정 출입과 해상사격훈련을 금지하는 완충지대 설치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NLL 일대에 함정 출입과 사격훈련을 금지하는 구역을 설정하고, 이어 남북공동어로 등 NLL 일대를 평화수역을 조성해 나가자는 방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NLL 일대에서 함정 기동과 사격훈련을 먼저 중지하고 그다음 완충구역을 설정하고, 이후 공동어로구역 조성 등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해 NLL 일대에 공동어로구역 등 평화수역을 조성하는 문제는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방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하지 않는 북측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서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군사 당국 간에 지금까지 말로만 했던 것들을 이번에는 '한 번 해보자'고 하는 결의가 강하다"면서 "첫술에 배부르겠느냐는 말도 있듯이 지금 논의되는 군사협력 의제들부터 합의해 실천하다 보면 도저히 불가능하게 보이던 높은 수준의 남북 군비통제 방안도 도출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평양정상회담 D-2]④군사신뢰 주춧돌 설까…군사협력 기대고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