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D-2]⑩ 文대통령, 北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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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단체조, 체제선전 논란에도 민감 내용 줄어…남북정상회담 장면도 등장
노무현 대통령도 2007년 '아리랑' 관람…北 관람 제의시 내용 조율 가능성도
오는 18∼20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일정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공연 중인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문 대통령이 관람할 지다.
북한은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인 지난 9일 평양 능라도의 5월 1일 경기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와 외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처음 선보였다.
2013년까지 상연했던 '아리랑'에 이어 5년 만에 야심 차게 공개한 새 집단체조로,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까지 공연이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우리 측에 문 대통령의 집단체조 관람을 제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방북 기간과 공연이 맞물리는 만큼 일정 중 하나로 논의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이라고 일컫는 집단체조는 무대에서 일사불란하게 펼쳐지는 대규모 인원의 무용·체조·교예 등 공연과 이에 맞춰 시시각각 변화하는 '배경대'의 대형 카드섹션으로 구성되는 집단예술이다.
웅장한 퍼포먼스로 북한 체제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서사'를 형상화해 보여주는 것이 뼈대다.
'해솟는 백두산', '사회주의 우리 집', '승리의 길', '태동하는 시대', '통일삼천리', '국제친선장' 등의 장으로 구성된 '빛나는 조국'도 기본적으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북한 정권의 역사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이를 통해 북한 체제의 우월성과 정당성, 결속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이 집단체조의 핵심적 성격이기 때문에 우리 정상이 관람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초청자인 북측이 관람을 요청한다면,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상호 신뢰를 형성한다는 차원에서 '손님'으로서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07년 방북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북한의 요청을 받아들여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노 대통령 부부는 방북 둘째 날인 10월 3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봤다.
당시 청와대는 '이제 과거 대결적 관점에서 벗어나 상호 체제 인정·존중 차원에서 접근할 때가 된 점 등을 감안했다'고 관람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북한 매체와 외신 등을 통해 공개된 새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의 내용도 과거보다 이념성이 줄고, 반미(反美)나 핵무력 과시 메시지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문 대통령이 관람하기에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이번 공연에 드론(무인기) 대형을 활용한 공중 퍼포먼스와 화려한 레이저 조명, 미디어 아트를 통한 무대 연출 등 첨단 과학기술 요소를 다수 도입하며 과학기술, 경제 발전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보였다.
특히 카드섹션으로 만들어진 장내 대형 스크린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4·27 남북정상회담 영상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남북정상회담 영상의 '주역'인 문 대통령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이런 장면이 펼쳐진다면 극적 효과가 한층 더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카드섹션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4·27 남북정상회담 방명록 문구인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라는 글귀를 보여주거나, 국문·영문으로 '대외관계의 다각화'를 새겨 김정은 체제의 남북관계·대외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보면 크게 관람에 부담될 내용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아리랑을 본 전례도 있어서 북측이 관람을 제안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집단체조의) 전반적인 구호를 보면 '평화와 경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남북한 모두 공감하는 표어"라고 말했다.
우리 측에 부담되는 내용이 있다면 남북 간의 협의를 통한 사전 조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노무현 대통령의 2007년 관람 당시에도 인민군의 위력을 과시하는 총검술 장면을 빼고 태권도 시범을 넣는 한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칭송하는 카드섹션 구호가 포함된 '서장'을 없애는 등 일부 내용을 순화한 바 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집단체조를 본다면, 이미 9일에 개막공연을 관람한 김 위원장이 또다시 자리를 함께할지도 관심이다.
김정숙·리설주 여사가 동석해 부부동반으로 관람이 진행될 수도 있다.
다만, 고강도의 집단체조 훈련 과정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참가자들이 인권침해를 겪는다는 논란은 또 다른 변수다.
2014년 발간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긴 기간 동안 혹독한 환경에서 엄격한 연습의 반복을 거쳐 거행되는 집단체조는 어린이들의 건강과 행복에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집단체조에 대해 인권 사안으로서의 주목도가 높지 않았지만, 이제는 높기 때문에 갖게 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도 2007년 '아리랑' 관람…北 관람 제의시 내용 조율 가능성도
오는 18∼20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일정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공연 중인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문 대통령이 관람할 지다.
북한은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인 지난 9일 평양 능라도의 5월 1일 경기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와 외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새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처음 선보였다.
2013년까지 상연했던 '아리랑'에 이어 5년 만에 야심 차게 공개한 새 집단체조로,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까지 공연이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우리 측에 문 대통령의 집단체조 관람을 제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방북 기간과 공연이 맞물리는 만큼 일정 중 하나로 논의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이라고 일컫는 집단체조는 무대에서 일사불란하게 펼쳐지는 대규모 인원의 무용·체조·교예 등 공연과 이에 맞춰 시시각각 변화하는 '배경대'의 대형 카드섹션으로 구성되는 집단예술이다.
웅장한 퍼포먼스로 북한 체제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서사'를 형상화해 보여주는 것이 뼈대다.
'해솟는 백두산', '사회주의 우리 집', '승리의 길', '태동하는 시대', '통일삼천리', '국제친선장' 등의 장으로 구성된 '빛나는 조국'도 기본적으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북한 정권의 역사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이를 통해 북한 체제의 우월성과 정당성, 결속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이 집단체조의 핵심적 성격이기 때문에 우리 정상이 관람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초청자인 북측이 관람을 요청한다면,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상호 신뢰를 형성한다는 차원에서 '손님'으로서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07년 방북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북한의 요청을 받아들여 아리랑 공연을 관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노 대통령 부부는 방북 둘째 날인 10월 3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봤다.
당시 청와대는 '이제 과거 대결적 관점에서 벗어나 상호 체제 인정·존중 차원에서 접근할 때가 된 점 등을 감안했다'고 관람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북한 매체와 외신 등을 통해 공개된 새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의 내용도 과거보다 이념성이 줄고, 반미(反美)나 핵무력 과시 메시지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문 대통령이 관람하기에 부담이 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이번 공연에 드론(무인기) 대형을 활용한 공중 퍼포먼스와 화려한 레이저 조명, 미디어 아트를 통한 무대 연출 등 첨단 과학기술 요소를 다수 도입하며 과학기술, 경제 발전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보였다.
특히 카드섹션으로 만들어진 장내 대형 스크린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4·27 남북정상회담 영상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남북정상회담 영상의 '주역'인 문 대통령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이런 장면이 펼쳐진다면 극적 효과가 한층 더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카드섹션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4·27 남북정상회담 방명록 문구인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라는 글귀를 보여주거나, 국문·영문으로 '대외관계의 다각화'를 새겨 김정은 체제의 남북관계·대외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보면 크게 관람에 부담될 내용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아리랑을 본 전례도 있어서 북측이 관람을 제안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집단체조의) 전반적인 구호를 보면 '평화와 경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남북한 모두 공감하는 표어"라고 말했다.
우리 측에 부담되는 내용이 있다면 남북 간의 협의를 통한 사전 조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노무현 대통령의 2007년 관람 당시에도 인민군의 위력을 과시하는 총검술 장면을 빼고 태권도 시범을 넣는 한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칭송하는 카드섹션 구호가 포함된 '서장'을 없애는 등 일부 내용을 순화한 바 있다.
만약 문 대통령이 집단체조를 본다면, 이미 9일에 개막공연을 관람한 김 위원장이 또다시 자리를 함께할지도 관심이다.
김정숙·리설주 여사가 동석해 부부동반으로 관람이 진행될 수도 있다.
다만, 고강도의 집단체조 훈련 과정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참가자들이 인권침해를 겪는다는 논란은 또 다른 변수다.
2014년 발간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는 "긴 기간 동안 혹독한 환경에서 엄격한 연습의 반복을 거쳐 거행되는 집단체조는 어린이들의 건강과 행복에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집단체조에 대해 인권 사안으로서의 주목도가 높지 않았지만, 이제는 높기 때문에 갖게 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