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엔진 식는다] '기계장치'가 이끄는 성장… 소외되는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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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창출력 낮은 업종 중심의 성장세로 고용 창출력 하락세
서비스업 생산성 부진…규제 개혁 등으로 경쟁력 높여야
정책팀 = 정부는 10개월째 한국 경제가 "회복 흐름"이라는 판단을 유지했지만 숫자로 드러나는 일자리 사정과는 온도 차가 꽤 크다.
정부 판단의 주요 근거 중 하나는 바로 수출 지표다.
수출은 올해 5월부터 4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1∼8월 누적액은 3천998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우리 경제는 '10개월째 회복 흐름'을 타고 있지만 왜 일자리 상황은 '악화일로'일까.
경제 성장 수준에 따른 고용창출력을 뜻하는 우리 경제의 고용 탄성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6일 통계청·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 경제의 고용 탄성치는 0.132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았던 2010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경제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력이 그만큼 허약해졌다는 뜻이다. ◇ 규제에 발목 잡힌 서비스업…내수 경기까지 침체
고용 탄성치가 하락한 주된 원인으로 서비스업 경쟁력의 구조적 부진이 꼽힌다.
최근 수년간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 자영업 위기까지 겹치면서 빈약한 한국 서비스업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서민 업종으로 꼽히는 도·소매업 일자리는 지난달까지 9개월째, 숙박·음식점업은 15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지수는 숙박 및 음식점업(-3.9%) 부진 영향으로 전년보다 1.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산업의 노동생산성 상승률(3.2%)의 절반 수준이다.
생산성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구조조정 지연이 꼽힌다.
생산성 하락에도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늘면서 시장 역동성과 전체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2015년 서비스업 선도기업(생산성 상위 5% 기업)의 생산성이 5.1% 증가하는 동안 나머지 후행기업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제조업 후행기업의 생산성 증가율(3.7%)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규제 개혁 법안은 수년째 국회에 묶여 논의가 좀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금융 혁신을 독려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법은 8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돼 9월 정기국회로 또 미뤄지고 말았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며 "관광·의료·교육·유통 등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가 앞으로 내수 비중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 수출 호조세지만…주인공은 반도체·석유화학 등 '장치산업'
반도체·석유화학 등 고용 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산업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구조적 요인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는 업종은 반도체와 석유제품이다.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꼽히는 업종이다.
석유제품과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에도 1년 전보다 각각 46.3%, 31.5% 증가해 나란히 증가 폭 1·2위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와 석유화학은 자본장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라며 "이 업종은 생산이 늘더라도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을 늘릴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수출 호조세가 고용 시장의 훈풍으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도 이런 현실과 관련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 수출이 10억원 증가할 때 직·간접적으로 유발된 고용자 수는 1990년 59.9명에서 2000년 13.1명으로 줄어든 뒤 2014년에는 6.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주력 수출업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노동 절약적) 산업으로 이동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추세는 근로소득을 줄여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가계소득의 비중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총소득(GN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67.9%에서 61.3%로 떨어졌다.
반면 기업소득은 17.6%에서 24.5%로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경제정책 기조 중 하나로 내세운 것도 이런 배경과 관련이 깊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이 아직은 반도체와 같이 고용 탄성치가 크지 않은 산업인 데 반해 최근에 둔화하는 쪽을 보면 고용 탄성치가 큰 산업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서비스업 생산성 부진…규제 개혁 등으로 경쟁력 높여야
정책팀 = 정부는 10개월째 한국 경제가 "회복 흐름"이라는 판단을 유지했지만 숫자로 드러나는 일자리 사정과는 온도 차가 꽤 크다.
정부 판단의 주요 근거 중 하나는 바로 수출 지표다.
수출은 올해 5월부터 4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1∼8월 누적액은 3천998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우리 경제는 '10개월째 회복 흐름'을 타고 있지만 왜 일자리 상황은 '악화일로'일까.
경제 성장 수준에 따른 고용창출력을 뜻하는 우리 경제의 고용 탄성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6일 통계청·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 경제의 고용 탄성치는 0.132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았던 2010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경제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력이 그만큼 허약해졌다는 뜻이다. ◇ 규제에 발목 잡힌 서비스업…내수 경기까지 침체
고용 탄성치가 하락한 주된 원인으로 서비스업 경쟁력의 구조적 부진이 꼽힌다.
최근 수년간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 자영업 위기까지 겹치면서 빈약한 한국 서비스업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서민 업종으로 꼽히는 도·소매업 일자리는 지난달까지 9개월째, 숙박·음식점업은 15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지수는 숙박 및 음식점업(-3.9%) 부진 영향으로 전년보다 1.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산업의 노동생산성 상승률(3.2%)의 절반 수준이다.
생산성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구조조정 지연이 꼽힌다.
생산성 하락에도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늘면서 시장 역동성과 전체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2015년 서비스업 선도기업(생산성 상위 5% 기업)의 생산성이 5.1% 증가하는 동안 나머지 후행기업은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제조업 후행기업의 생산성 증가율(3.7%)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규제 개혁 법안은 수년째 국회에 묶여 논의가 좀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금융 혁신을 독려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법은 8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돼 9월 정기국회로 또 미뤄지고 말았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서비스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며 "관광·의료·교육·유통 등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가 앞으로 내수 비중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 수출 호조세지만…주인공은 반도체·석유화학 등 '장치산업'
반도체·석유화학 등 고용 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산업 중심으로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구조적 요인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는 업종은 반도체와 석유제품이다.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꼽히는 업종이다.
석유제품과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에도 1년 전보다 각각 46.3%, 31.5% 증가해 나란히 증가 폭 1·2위를 기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와 석유화학은 자본장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자본집약 산업"이라며 "이 업종은 생산이 늘더라도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을 늘릴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수출 호조세가 고용 시장의 훈풍으로 이어지지 않는 원인도 이런 현실과 관련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 수출이 10억원 증가할 때 직·간접적으로 유발된 고용자 수는 1990년 59.9명에서 2000년 13.1명으로 줄어든 뒤 2014년에는 6.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주력 수출업종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노동 절약적) 산업으로 이동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추세는 근로소득을 줄여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가계소득의 비중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총소득(GNI)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67.9%에서 61.3%로 떨어졌다.
반면 기업소득은 17.6%에서 24.5%로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경제정책 기조 중 하나로 내세운 것도 이런 배경과 관련이 깊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이 아직은 반도체와 같이 고용 탄성치가 크지 않은 산업인 데 반해 최근에 둔화하는 쪽을 보면 고용 탄성치가 큰 산업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