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부도위기·터키 민간부채 폭탄·브라질 정치불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신흥국들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경제적 난제로 여건이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은 외부충격에 더 민감한 만큼 대응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달러 강세 때문에 이미 신흥국 자본시장에 매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자금 회수를 더 서두를 수 있다.

그 때문에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외화표시 채무의 상환부담이 커져 최악의 경우 부도위기에 직면하는 연쇄충격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신흥국 앞에 펼쳐진 이런 시나리오가 각국의 고유한 취약성과 맞물려 어디까지 진행될지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런 맥락에서 모건스탠리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같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신흥국들 가운데 '취약 5개국'(Fragile Five)과 같은 요주의 대상을 따로 분류하고 있다.

경상수지, 보유 외환과 외채의 비율, 외국인들의 국채 보유량, 달러 표시 채무의 규모, 환율, 물가상승 등이 그 판단의 근거가 된다.

현재는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 그런 종류의 취약 신흥국으로 거명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17년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8%, 3.9%에 이른다.

이 같은 '쌍둥이 적자'는 경제 전체의 부채상환 능력을 저해한다.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 덕에 버텨왔으나 달러 강세와 함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00억 달러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지만 외채상환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에 직면했다.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는 올해 52%나 급락했다.

아르헨은 자본유출을 막으려 기준금리 60%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물가상승률이 31.2%까지 치솟은 가운데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이끄는 아르헨 정권은 IMF와 함께 비상 긴축정책을 추진해 경기후퇴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터키는 작년 재정적자가 GDP의 1.5%로 통제 가능한 수준이지만 민간부채가 큰 문제로 부상했다.

정부가 상환을 보증하는 자금이 대량으로 풀려 경기가 과열되면서 민간부채가 급증하고 물가상승률이 17.9%까지 치솟았으며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5.5%로 증가했다.

달러 강세 속에 터키 리라화 가치는 올해 초보다 40% 정도 하락해 민간 부문의 부채 상환능력이 의심스러워지고 있다.

터키는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도 심각해 경제 제재와 같은 돌출악재로 리라화 폭락사태가 빚어질 우려도 있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6.25%포인트 올려 15년 만에 가장 높은 24%로 설정했다.

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저금리 소신'에 반하는 것이며, 경기과열이나 자본유출을 더는 견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남아공은 가뭄에 따른 농작물 수확 부진으로 인해 9년 만에 찾아온 경기후퇴에 맞서고 있다.

경상수지, 재정수지 적자가 각각 작년 GDP의 2.5%, 3.5%로 외부충격에 약점을 지니고 있다.

남아공은 자국 통화인 랜드를 보호하고 경기둔화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6.5%로 동결하고 있다.

브라질은 최근 경기후퇴에서 벗어났으나 막대한 정부 부채와 정정불안이 골칫거리다.

정부의 총부채가 작년 GDP의 74%에 이르는데, 이는 신흥국 가운데 높은 수치다.

현재 미셰우 테메르 정권은 스캔들 때문에 반(反) 기득권 포퓰리스트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으며 오는 10월 대선 결과는 오리무중에 빠져들었다.

브라질 헤알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21% 떨어졌으며, 차기 정권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듯 다른 신흥국의 위기 때마다 출렁거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경제 성장률이 5.3%로 견조하고 물가상승률도 3.2%로 안정적이며 재정적자도 작년 GDP의 2.5%로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외화표시 부채가 GDP의 30%에 이를 정도로 많아 투자자들의 불안을 사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올해 들어 9.1% 치솟으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취약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인도는 가장 큰 수입품인 원유가격 급등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를 우려하고 있다.

인도는 올해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가 11.1% 떨어졌다.

결국 인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6.5%까지 인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