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코스를 디자인한 브루나이 엠파이어CC  서진수 사진작가
세계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코스를 디자인한 브루나이 엠파이어CC 서진수 사진작가
보르네오 섬 서북단에 있는 브루나이는 도둑, 살인, 공해, 세금 등 네 가지가 없는 나라다. 인구 42만 명의 작은 나라지만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산유국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브루나이는 하사날 볼키아 국왕(술탄)이 지배하는 전제군주제 국가로 인간개발지수가 동남아시아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높고, 국제통화기금이 선정한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세계 4위에 오를 정도로 부유한 국가다. 영(英)연방에 속해 있는 브루나이의 정식명칭은 ‘브루나이 다루살람(Negara Brunei Darussalam)’. ‘평화의 공동체’라는 뜻이다. 반다르 스리 브가완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세계에서 단 두 곳뿐이라는 7성급 ‘더엠파이어호텔&컨트리클럽’은 브루나이의 랜드마크다. 지난 8월21~26일 ‘제1회 한·브루나이 아마추어골프대회’가 열려 양국 상공인들이 교류를 나누는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100대 골프코스, 놀라운 조경과 쾌적한 시설

엠파이어호텔 객실 내부
엠파이어호텔 객실 내부
더엠파이어호텔&컨트리클럽은 크게 특급호텔의 시설이 모두 들어가 있는 아트리움 본관과 동·서관(회의실, 임원라운지 위주), 시뷰(Sea View)빌딩, 호수를 낀 리조트형 숙소 ‘라군동’, 빌라촌 등과 엠파이어 영화관 및 극장·해양센터, 그랜드홀, 어린이클럽, 엠파이어CC 등 드넓은 단지 내에 분산 배치돼 있다.

엠파이어CC에는 정규 18홀 골프코스 외에 실내수영장, 8개 레인을 갖춘 볼링장, 농구·스쿼시 코트, 배드민턴장, 당구장, 2개 층을 사용하는 피트니스센터 등 다양한 레저시설을 갖춰 놓고 있다. 엠파이어CC 조성에 들어간 자금만 자그마치 4조원. 그것도 땅값을 뺀 금액이니 이곳의 시설 수준을 가늠할 만하다.

엠파이어CC는 2000년 문을 열었다. 엠파이어CC는 세계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디자인한 코스로 골프마니아라면 누구라도 플레이를 해보고픈 꿈의 골프장이다. 세계 100대 골프코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엠파이어CC는 정상급 골프장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코스 레이아웃은 물론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페어웨이, 빈틈없이 눌러 놓아 대단히 빠른 그린, 쉴틈 없이 이뤄지는 잔디 관리, 정글에서 불어오는 음이온 풍부한 청정공기까지 왜 이 코스가 명성을 얻고 있는지 공감할 수밖에 없다.

주3회 운항하는 로열브루나이항공
주3회 운항하는 로열브루나이항공
아웃코스로 출발하기 전에 조성돼 있는 연습 그린 또한 넓고 예뻐서 연습보다도 기념사진을 찍는 이가 많을 정도다. 2번홀과 3번홀로 이어지는 한쪽에 비거리 300야드의 30여 타석 야외연습장이 조성돼 있어 이용객들로 붐빈다.

아웃코스가 보르네오의 정글을 만끽하는 라운드라면 인코스는 태평양을 낀 해안 링크스를 즐기는 코스다. 전반에서도 8번홀(블루티 기준 파4, 352야드)은 90도로 휘는 우측 도그레그다. 티박스에서는 다소 밋밋한 페어웨이로 보이지만 오른쪽으로 휘감아 돌아나가는 그린 옆에 조성된 라군 빌라들은 아담한 인공호수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퍼팅에 몰두해야 하지만 아름다운 정경에 자꾸만 빠져들고 만다.

이어지는 9번홀(파4, 358야드)은 카트 터널을 지나야 나오는데 마치 아바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아프리카 레인트리(콩과의 자귀나무)가 티박스부터 페어웨이까지 펼쳐진다. 세컨드샷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풍광이 황홀하기 그지없다. 수평선을 향해 내려치는 호쾌한 샷은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 보낸다. 12번홀(파5, 487야드). 드넓은 페어웨이가 장쾌한 샷을 유도하는 평안한 코스다. 핸디캡 1의 마지막 18번홀(파4, 412야드)은 전반 9홀과 그린을 함께 쓰는 독특한 구조다. 휘어진 호리병처럼 만들어진 그린에 두 개의 홀컵이 있어 헷갈리게 하지만 그 또한 묘미일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서의 중식이나 간식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할랄 음식으로 제공되는 소고기 햄버거는 반드시 맛봐야 할 클럽하우스만의 버킷리스트다.

장식품까지 진품 보석인 엠파이어호텔

7성급에 맞게 직원이 객실 투숙객보다 많고, 객실은 물론 부대시설 하나하나까지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국빈을 위해 지어졌지만 일반인에게도 개방되면서 세계 각국 여행자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시설과 규모에 압도당한다. 드넓은 로비 모든 곳이 대리석이다. 심지어 계단 손잡이 등 모든 곳에 부착돼 있는 장식품 하나하나가 진품 보석이다. 특히 벽에 새겨진 그림이 눈길을 끄는데 대리석에 자연적으로 새겨진 거미, 새 등 동물 모양의 원석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림이 새겨진 원석 대리석으로 큰 벽면을 장식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객실의 수준 또한 남다르다. 일반 스탠더드 트윈의 경우에도 퀸사이즈 침대가 놓여져 있는 데다 침구류 1세트(침대, 이불, 베개) 가격만 1000만원에 달한다. 호텔 실내에서 가동하는 에어컨은 대리석 냉기와 더해져 더위를 느낄 틈이 없다. 취침 시에는 오히려 에어컨을 끄고 자야만 쾌적한 잠을 청할 수 있다. 일정을 끝낸 뒤 침대에 누우면 절로 잠이 온다.

명칭에 더엠파이어호텔&컨트리클럽을 고집하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다. 호텔과 라군 리조트, 골프코스, 부대시설 등을 분리해 평가하기 싫다는 의미인데 그도 그럴 것이 숙소를 빼고 나면 어디가 코스고 어디가 부대시설인지 모를 정도의 럭셔리한 시설들이 광활한 면적에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에이뷰코리아 (02)2088-3362

김하민 여행작가 ufo2044@gmail.com

여행메모

브루나이의 수도는 반다르 스리 브가완. 북부 해안지역으로 인구가 밀집해 있다. 술을 구입할 수는 없지만 관광객들이 허용치 안에서 가지고 오는 주류는 개별 숙소에서 마실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브루나이까지는 비행기로 5시간가량 소요되며 로열브루나이항공(Royal Brunei Airlines)이 인천~브루나이를 주 3회(화, 목, 일요일) 연결하고 있다.

반다르 스리 브가완 국제공항을 허브로 하고 있는 로열브루나이항공은 1974년 11월 설립됐다. 초기에는 B737 항공기 두 대로 1975년 싱가포르 국제선 노선운항을 시작했다. 한국~브루나이 간 노선은 2016년 개설됐다. 올해 8월21일부터 주 2회에서 3회(화, 목, 일요일)로 증편 운항, 직항으로 연결하면서 이용객의 편의를 돕고 있다.

로열브루나이항공은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스카이팀), 말레이시아항공·영국항공(원월드), 홍콩항공 등과 코드셰어 협정을 맺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