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싫어하면 "부팡 샹차이", 사진만 보고 골라도 60% 성공… 간단한 재료는 메모해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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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중국의 맛을 찾아서
'왕초'의 중국 음식여행 (10) · 끝
중국서 맛난 음식 먹는 비결
윤태옥 여행작가
블로그 blog.naver.com/kimyto
이메일 kimyto@naver.com
중국의 맛을 찾아서
'왕초'의 중국 음식여행 (10) · 끝
중국서 맛난 음식 먹는 비결
윤태옥 여행작가
블로그 blog.naver.com/kimyto
이메일 kimyto@naver.com
먹는 것은 생존의 첫걸음이고 동시에 고급스러운 즐거움의 하나이다. 그래서 한 끼를 때우는 것도 의의가 있고, 멋진 한 끼를 위해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여행에서의 음식은 일상에서보다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여행길에서 한 끼를 건너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위험하기까지 하다. 당장 허기에 지친 상태에서는 여행이 여행답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매끼 컵라면이나 달걀볶음밥으로 때우는 것도 좋은 여행이랄 수 없다.
과식 과음 피하고 자신감 가져야
지난 7개월 동안 3주에 한 번씩 중국 각 지역의 음식 이야기를 해왔다. 신장에서 시작해 중원과 베이징을 거쳐 동북까지 중국을 일주하다시피 했다. 이제 중국 음식여행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맛있는 중국여행을 위한 몇 가지 요령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은 길 위에서의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게 맛있는 여행의 기본이다.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아야 한다. 한 끼만 걸러도 지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를 위해서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비상용 행동식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다.
두 번째, 굶지 않기의 반대로 과식이나 과음을 피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과음은 직접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동반자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아예 여정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현지에서의 사법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쉽다. 일상에서도 마실 수 있는 술을 굳이 여행길에서 과도하게 탐하는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과음은 일상이든 여행이든 나쁜 습관이다. 나는 여행의 동반자들과 가벼운 반주를 즐기지만 과음은 적극적으로 제지한다. 잠시 여행 분위기가 깨지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한다. 주취 사고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여행에서의 과식은 의외로 좋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남은 음식이 아깝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음식을 많이 남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지 음식문화에 따라서는 조절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그렇다. 중국 식당에서는 식사 인원에 가깝게 주문하는 게 보통이다. 음식의 숫자 조절은 다소 수월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많은 요리 한 접시의 양은 조절이 쉽지 않다. 다양한 음식문화를 접해본다는 점에서 여행에서의 식사는 일상과는 다르다. 약간 남더라도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도 의의가 있다. 남은 음식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여행에서만큼은 조금 누그러뜨리는 것이 어떨까. 그 대신 남은 음식 가운데 숙소에서의 야식으로 좋다 싶은 것은 포장해달라고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대처가 아닌가 싶다.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무엇보다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어느 나라 식당이든 메뉴와 종업원과 주방과 식탁이 있는 것은 똑같다. 문제는 중국어다. 중국어에는 돈 쓰는 중국어와 돈 버는 중국어가 있다. 돈 버는 중국어는 어렵지만, 돈 쓰는 중국어는 쉽다. 어설픈 여행중국어 몇 마디라도 또박또박 성의껏 정중하게 하면 종업원들이 귀를 바짝 세우고 경청해준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자신감은 오만함과는 다르다.
식당에 들어서면 종업원들이 자리로 안내해준다. 일행이 대여섯 명 이상이면 방(바오샹·包廂 또는 바오젠·包間)을 달라고 해보자. 홀은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편이다.
짠 음식이 많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종업원이 건네주는 메뉴를 하나하나 천천히 훑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식탁에 앉으면 메뉴를 일부러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넘겨보자. 대부분은 사진이 있어 대략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사진에서 맛있어 보이거나 호기심이 당기는 요리를 과감히 시켜보자. 각자 하나씩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눈이 다르기 때문에 메뉴 선택이 다양해진다. 내가 보증하건대 요리의 재료나 조리방법 등을 모른 채 오직 사진만 보고 골라도 60%는 원래 우리 입맛에 맞는 먹을 만한 음식들이다. 30%는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더 맛있어진다. 10%는 인생에 항상 따라다니는 시행착오니 괘념치 않아도 된다. 주문이 끝난 다음에도 메뉴를 한번 더 들여다보는 것도 중국 음식에 익숙해지는 좋은 방법이다.
메뉴를 보는 동안 종업원이 서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는 게 거북할 수 있다. 그러면 기다려주세요(덩이샤·等一下)라고 정중하게 말하면 된다. 중국 종원업은 주문을 기다려주는 데는 대단히 관대하다.
좋은 음식을 접하려면 피할 것은 피해야 한다. 내 경험으로 중국 음식이 한국인에게 맞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느끼하다가 아니라 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짜지 않게 해주세요(부야오 타이셴·不要太咸)라는 말은 필히 해야 한다. 그것도 종업원이 주방에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강력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짠 것을 먹지 못한다(워먼 부넝 츠 타이셴더·我不能吃太咸的)고 한 마디 덧붙이면 더 확실하다. 첫 번째 요리가 나왔는데 짜다면 정중하고도 강력하게 어필해야 한다. 그러면 그 뒤의 요리라도 짜지 않을 것이다.
중국 향신료 가운데 고수(샹차이·香菜)를 싫어하는 한국인이 꽤 많다. 고수도 잘 먹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먹을 것은 아니다. 고수를 먹지 못하는 일행이 있으면 고수를 넣지 마세요(부팡 샹차이·不放香菜)라는 말도 필히 해야 한다.
중국어 식재료 메모해두는 것도 요령
중국어 식재료 이름을 몇 개라도 알아 두면 유용하다. 외우기 힘들면 메모를 갖고 다니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肉(돼지고기) 牛肉(소고기) (닭) (오리) (생선) (새우) (가재) 仁(깐새우) (굴) 翅(지느러미) (전복) 海(해삼) 蟹(게) 燕(제비집) (잉어) 椒(고추) 花椒(산초) 胡椒(후추) 豆(콩) 土豆(감자) ) 地瓜(고구마) 瓜(오이) 玉米(옥수수) (파) 油(고추기름) 卜(무) 蒜(마늘) (버섯) 白菜(배추) 菜(부추) 菜(자차이) 西芹(파슬리) 茄子(가지) 糖(설탕) 孜然(쯔란) 豆腐(두부) 蛋(달걀) 火腿(햄) 香(소시지) 米(쌀) (밥) 面(면) (탕) 粥(죽) 包子(만두) 子(교자) (떡)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음식이름이나 사진을 준비하는 것이다. 검색을 통해 또는 경험을 통해 먹고 싶은 요리 또는 이런 정도면 된다 싶은 요리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지참하는 것이다. 요리 이름도 있는 사진이라면 최상이다.
하지만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중국어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 나와 다른 자연이나 인문 환경을 찾아다니는 것이 여행이라면 그것은 곧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것은 당연히 음식에도 마찬가지다. 언제 배워서 중국의 식당에서 써먹겠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년퇴직하고도 30년 이상씩 사는 백세 시대다. 소위 대학 나와서 졸업장 팔아서 30년을 살았으니, 앞으로의 30년을 위해 작은 대학 하나 새로 다닌다고 생각해보자. 1년에 한두 번 중국여행을 한다고 해도 30년이면 30~60회나 여행을 하게 된다. 약간의 여행 중국어와 필담을 섞을 수만 있다면 중국여행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중국 음식기행을 10회 연재하는 동안 한 편도 빠짐없이 기꺼이 감수해줬고, 일부는 답사여행도 함께해준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에게 지면을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과식 과음 피하고 자신감 가져야
지난 7개월 동안 3주에 한 번씩 중국 각 지역의 음식 이야기를 해왔다. 신장에서 시작해 중원과 베이징을 거쳐 동북까지 중국을 일주하다시피 했다. 이제 중국 음식여행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맛있는 중국여행을 위한 몇 가지 요령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은 길 위에서의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게 맛있는 여행의 기본이다.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아야 한다. 한 끼만 걸러도 지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를 위해서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비상용 행동식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다.
두 번째, 굶지 않기의 반대로 과식이나 과음을 피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과음은 직접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동반자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아예 여정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현지에서의 사법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쉽다. 일상에서도 마실 수 있는 술을 굳이 여행길에서 과도하게 탐하는 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과음은 일상이든 여행이든 나쁜 습관이다. 나는 여행의 동반자들과 가벼운 반주를 즐기지만 과음은 적극적으로 제지한다. 잠시 여행 분위기가 깨지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한다. 주취 사고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여행에서의 과식은 의외로 좋은 생활습관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남은 음식이 아깝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음식을 많이 남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지 음식문화에 따라서는 조절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그렇다. 중국 식당에서는 식사 인원에 가깝게 주문하는 게 보통이다. 음식의 숫자 조절은 다소 수월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많은 요리 한 접시의 양은 조절이 쉽지 않다. 다양한 음식문화를 접해본다는 점에서 여행에서의 식사는 일상과는 다르다. 약간 남더라도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도 의의가 있다. 남은 음식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여행에서만큼은 조금 누그러뜨리는 것이 어떨까. 그 대신 남은 음식 가운데 숙소에서의 야식으로 좋다 싶은 것은 포장해달라고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대처가 아닌가 싶다.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무엇보다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어느 나라 식당이든 메뉴와 종업원과 주방과 식탁이 있는 것은 똑같다. 문제는 중국어다. 중국어에는 돈 쓰는 중국어와 돈 버는 중국어가 있다. 돈 버는 중국어는 어렵지만, 돈 쓰는 중국어는 쉽다. 어설픈 여행중국어 몇 마디라도 또박또박 성의껏 정중하게 하면 종업원들이 귀를 바짝 세우고 경청해준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자신감은 오만함과는 다르다.
식당에 들어서면 종업원들이 자리로 안내해준다. 일행이 대여섯 명 이상이면 방(바오샹·包廂 또는 바오젠·包間)을 달라고 해보자. 홀은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편이다.
짠 음식이 많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종업원이 건네주는 메뉴를 하나하나 천천히 훑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식탁에 앉으면 메뉴를 일부러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넘겨보자. 대부분은 사진이 있어 대략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사진에서 맛있어 보이거나 호기심이 당기는 요리를 과감히 시켜보자. 각자 하나씩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눈이 다르기 때문에 메뉴 선택이 다양해진다. 내가 보증하건대 요리의 재료나 조리방법 등을 모른 채 오직 사진만 보고 골라도 60%는 원래 우리 입맛에 맞는 먹을 만한 음식들이다. 30%는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더 맛있어진다. 10%는 인생에 항상 따라다니는 시행착오니 괘념치 않아도 된다. 주문이 끝난 다음에도 메뉴를 한번 더 들여다보는 것도 중국 음식에 익숙해지는 좋은 방법이다.
메뉴를 보는 동안 종업원이 서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는 게 거북할 수 있다. 그러면 기다려주세요(덩이샤·等一下)라고 정중하게 말하면 된다. 중국 종원업은 주문을 기다려주는 데는 대단히 관대하다.
좋은 음식을 접하려면 피할 것은 피해야 한다. 내 경험으로 중국 음식이 한국인에게 맞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느끼하다가 아니라 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짜지 않게 해주세요(부야오 타이셴·不要太咸)라는 말은 필히 해야 한다. 그것도 종업원이 주방에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게 강력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짠 것을 먹지 못한다(워먼 부넝 츠 타이셴더·我不能吃太咸的)고 한 마디 덧붙이면 더 확실하다. 첫 번째 요리가 나왔는데 짜다면 정중하고도 강력하게 어필해야 한다. 그러면 그 뒤의 요리라도 짜지 않을 것이다.
중국 향신료 가운데 고수(샹차이·香菜)를 싫어하는 한국인이 꽤 많다. 고수도 잘 먹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먹을 것은 아니다. 고수를 먹지 못하는 일행이 있으면 고수를 넣지 마세요(부팡 샹차이·不放香菜)라는 말도 필히 해야 한다.
중국어 식재료 메모해두는 것도 요령
중국어 식재료 이름을 몇 개라도 알아 두면 유용하다. 외우기 힘들면 메모를 갖고 다니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肉(돼지고기) 牛肉(소고기) (닭) (오리) (생선) (새우) (가재) 仁(깐새우) (굴) 翅(지느러미) (전복) 海(해삼) 蟹(게) 燕(제비집) (잉어) 椒(고추) 花椒(산초) 胡椒(후추) 豆(콩) 土豆(감자) ) 地瓜(고구마) 瓜(오이) 玉米(옥수수) (파) 油(고추기름) 卜(무) 蒜(마늘) (버섯) 白菜(배추) 菜(부추) 菜(자차이) 西芹(파슬리) 茄子(가지) 糖(설탕) 孜然(쯔란) 豆腐(두부) 蛋(달걀) 火腿(햄) 香(소시지) 米(쌀) (밥) 面(면) (탕) 粥(죽) 包子(만두) 子(교자) (떡)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음식이름이나 사진을 준비하는 것이다. 검색을 통해 또는 경험을 통해 먹고 싶은 요리 또는 이런 정도면 된다 싶은 요리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지참하는 것이다. 요리 이름도 있는 사진이라면 최상이다.
하지만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중국어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 나와 다른 자연이나 인문 환경을 찾아다니는 것이 여행이라면 그것은 곧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것은 당연히 음식에도 마찬가지다. 언제 배워서 중국의 식당에서 써먹겠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년퇴직하고도 30년 이상씩 사는 백세 시대다. 소위 대학 나와서 졸업장 팔아서 30년을 살았으니, 앞으로의 30년을 위해 작은 대학 하나 새로 다닌다고 생각해보자. 1년에 한두 번 중국여행을 한다고 해도 30년이면 30~60회나 여행을 하게 된다. 약간의 여행 중국어와 필담을 섞을 수만 있다면 중국여행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중국 음식기행을 10회 연재하는 동안 한 편도 빠짐없이 기꺼이 감수해줬고, 일부는 답사여행도 함께해준 신계숙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에게 지면을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