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째 접어든 '사법농단 의혹' 수사… 사법부 빗장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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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수사협조' 언급 이후 일부 전·현직 법관 압수수색 허용
임종헌 차명전화는 영장기각…검찰 "차명폰 개통 자체가 범죄"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지난 6월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으로 본격화한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넉 달째에 접어들었다.
시작부터 '검찰 역사상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는 평이 나온 만큼 수사 장기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러나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90% 안팎 기각하며 빗장을 걸고 나서는 바람에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더딘 상황이다.
법원은 수사 초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후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윗선'으로 향하는 강제수사는 번번이 막아서고 있다.
그러는 사이 검찰 수사의 외연은 전방위로 확대됐다.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에서 출발한 수사는 검찰·법원·헌법재판소 기밀 유출과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뻗어 나간 상태다.
물밑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의혹이 수십 건 더 있다는 말도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은 기간을 정해놓고 수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사가 최소한 올해 안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수1·3·4부 정예인력을 대거 투입하며 배수진을 친 상황에서, 수사 종료시점은 사실상 검찰이 아닌 법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민국 대법관이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민사소송 거래 의혹)거나 "대법원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는 않는다"(대법 기밀문건 반출 의혹)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사법부 핵심에 대한 강제수사를 가로막지 않는다면 수사가 좀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원이 기존과 같은 영장심사 기조를 이어갈지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영장 줄기각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김명수 대법원장도 진화에 나섰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협조를 할 것"이라며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실을 규명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외견상으로는 다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법원은 김 대법원장의 발언이 나오기 전날 밤 수사기밀을 빼돌린 의혹을 받는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반면 지난 14일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박모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의 현재 사무실, 방모 대전지법 부장판사가 사용하던 PC에 대한 압수수색은 허용했다.
다만 법원이 '제 식구'에 대해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을 지금까지와 달리 보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무리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이들 전·현직 법관 3명은 이미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김 전 비서관 등 일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일단 불러 조사한 뒤 추가 증거 확보에 나선 것이다.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충분히 모으고 이를 토대로 소환해 혐의를 추궁하는 통상적인 수사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검찰도 이번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와 주변 인물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이번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아직 영장심사 기조에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은 김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를 재차 언급한 13일에도 영장을 대거 기각했다.
임 전 차장의 차명전화는 "기본권 제한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현단계에서 필요성 내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현직 판사 여러 명의 사무실은 "자료가 그곳에 보관돼 있을 개연성이 인정 안 된다"거나 "판사실 압수수색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허용하지 않았다.
임 전 차장은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 6월말 변호사 사무실 직원의 지인 명의로 차명전화를 개통했다.
검찰은 이 차명전화가 옛 법원행정처 간부와 심의관들끼리 메신저 등을 이용해 '말 맞추기'를 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차명전화 개통은 그 자체로 범죄인데 압수하면 누구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뜻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된 이튿날 명의를 빌려준 사무실 직원을 설득해 차명전화를 임의제출받았다.
/연합뉴스
임종헌 차명전화는 영장기각…검찰 "차명폰 개통 자체가 범죄"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지난 6월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으로 본격화한 검찰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넉 달째에 접어들었다.
시작부터 '검찰 역사상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는 평이 나온 만큼 수사 장기화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러나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90% 안팎 기각하며 빗장을 걸고 나서는 바람에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더딘 상황이다.
법원은 수사 초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후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윗선'으로 향하는 강제수사는 번번이 막아서고 있다.
그러는 사이 검찰 수사의 외연은 전방위로 확대됐다.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에서 출발한 수사는 검찰·법원·헌법재판소 기밀 유출과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뻗어 나간 상태다.
물밑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의혹이 수십 건 더 있다는 말도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은 기간을 정해놓고 수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사가 최소한 올해 안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수1·3·4부 정예인력을 대거 투입하며 배수진을 친 상황에서, 수사 종료시점은 사실상 검찰이 아닌 법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민국 대법관이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민사소송 거래 의혹)거나 "대법원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는 않는다"(대법 기밀문건 반출 의혹)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사법부 핵심에 대한 강제수사를 가로막지 않는다면 수사가 좀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원이 기존과 같은 영장심사 기조를 이어갈지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영장 줄기각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김명수 대법원장도 진화에 나섰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협조를 할 것"이라며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실을 규명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외견상으로는 다소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법원은 김 대법원장의 발언이 나오기 전날 밤 수사기밀을 빼돌린 의혹을 받는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반면 지난 14일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박모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의 현재 사무실, 방모 대전지법 부장판사가 사용하던 PC에 대한 압수수색은 허용했다.
다만 법원이 '제 식구'에 대해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을 지금까지와 달리 보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무리라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이들 전·현직 법관 3명은 이미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김 전 비서관 등 일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일단 불러 조사한 뒤 추가 증거 확보에 나선 것이다.
압수수색으로 증거를 충분히 모으고 이를 토대로 소환해 혐의를 추궁하는 통상적인 수사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검찰도 이번 압수수색 영장 발부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와 주변 인물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이번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아직 영장심사 기조에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은 김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를 재차 언급한 13일에도 영장을 대거 기각했다.
임 전 차장의 차명전화는 "기본권 제한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현단계에서 필요성 내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현직 판사 여러 명의 사무실은 "자료가 그곳에 보관돼 있을 개연성이 인정 안 된다"거나 "판사실 압수수색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허용하지 않았다.
임 전 차장은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 6월말 변호사 사무실 직원의 지인 명의로 차명전화를 개통했다.
검찰은 이 차명전화가 옛 법원행정처 간부와 심의관들끼리 메신저 등을 이용해 '말 맞추기'를 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차명전화 개통은 그 자체로 범죄인데 압수하면 누구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뜻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된 이튿날 명의를 빌려준 사무실 직원을 설득해 차명전화를 임의제출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