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애플 신화'의 핵심 메시지
애플이 지난달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다. 창업 42년 만의 쾌거다. 매킨토시, 아이폰, 아이패드 등 혁신 제품 출시로 정보기술의 아이콘이 된 애플이다. 그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애플의 성공을 견인한 것은 혁신이었다. 1976년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워즈니악과 공동 창업으로 위대한 여정을 시작했다. 애플1, 애플2, 매킨토시 PC 출시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다. 펩시콜라의 존 스컬리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고 업계를 선도했다.

그러나 1980년대 범용 퍼스널 컴퓨터(PC) 붐에 밀리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1985년에는 잡스가 이사회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1996년 기업 가치가 3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별 볼일 없는 기업이 됐다.

반전의 계기는 1997년 잡스의 CEO 복귀였다. 재건의 키워드는 혁신이었다. “애플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을까?” “다르게 생각하라”와 같은 화두를 던졌다. 제품 라인 70%를 없애는 과감한 개혁에 착수했다. 1998년 아이맥에 이어 2001년 아이패드를 내놓아 회사 재건의 기반을 구축했다. 2007년 꿈의 제품인 아이폰을 출시했다. 아이폰은 누적 판매량이 14억 대에 달하는 게임 체인저가 됐다. 이렇게 세상을 뒤흔드는 제품을 계속 내놓아 위대한 ‘애플 신화’가 탄생했다.

기업 가치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1980년 주당 12달러로 기업을 공개한 이후 2007년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2010년 3000억달러, 2012년 5000억달러를 넘어서 지난달 2일 주당 207.39달러로 1조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팀 쿡 CEO는 “시가총액 1조달러 달성은 중요한 이정표이며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위대한 성취 뒤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스티브 잡스가 있다. 그는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이라며 대기업의 관료주의와 혁신 마인드 실종을 극력 경계했다. 조너선 아이브 같은 혁신가에게 기술과 디자인 개발의 중책을 맡기고 대만의 폭스콘에 생산을 위임하는 등 애플 방식(Apple way)을 흔들림 없이 추진했다. 고유성과 범용성, 혁신성과 수익성의 절묘한 조화가 고속 성장과 기업 가치 상승을 견인했다.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 짓는 잣대는 혁신”이라고 역설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했다.

빠른 혁신, 히트상품 출시, 정교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의 삼박자가 성공의 비결이다. 아이폰이 1등 공신이다. 아이폰은 커뮤니케이션을 혁명화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웹 디자인 등 관련 일자리가 미국 내 200만 개가 넘을 정도로 산업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중국시장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41개 애플 스토어를 운영하며 약 500억달러 매출을 올렸다. 여성과 비(非)백인 근로자가 각각 32%, 56%에 달할 정도로 개방적인 기업문화도 혁신 지향적 풍토 조성에 기여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이폰의 성장 둔화와 영업이익률 하락으로 미래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 후폭풍도 우려된다. 매출의 20%가 중국에서 창출되는데 중국에서 만드는 애플 기기와 부속품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전망이다. 주주자본주의의 압력도 거세다. 칼 아이칸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단골 타깃이 되고 있다. 상반기 435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3월 1000억달러 추가 매입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2012년 이후 배당 및 자사주 매입으로 2880억달러를 주주에게 환원했다.

혁신 마인드가 실종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애플워치,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수준이다. 미히르 데사이 하버드대 교수는 애플이 현금 우선, 전략적 자사주 매입, 자산 최소화 전략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평가한다. 탁월한 ‘금융화’ 전략이 기업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혁신과 도전으로 상징되는 강력한 애플의 기업문화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 기업에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계속 혁신하라” “비전이 있는 리더를 키워라”가 핵심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