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 판결에 대한 반발이 오프라인 시위로 확산된다.

네이버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이하 당당위)’는 지난 15일 "시위 날짜가10월27일 토요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시위 장소는 미정이다.

시작은 자신의 남편이 강제추행 혐의로 법정구속됐는데 '억울한 징역형'이라는 아내의 성토글에서 촉발했다.

징역 6개월형을 선고받은 A씨의 아내 B씨는 지난 6일 보배드림 게시판에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면서 글을 게재했다.

B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A씨는 한 행사에서 식사를 끝내고 마무리를 하던 중 같은 식당 손님 C씨와 강제추행 논란에 휘말렸다.

B씨는 "남편이 행사를 정리하기 위에 뒤돌아서 식당으로 들어가는 순간 옆에 있던 여성 C와 부딪혔고 C가 A가 본인 엉덩이를 만졌다며 그 자리에서 경찰을 불렀다"는 것이다.

B씨는 이어 "C씨가 합의금으로 천만 원을 요구했다고 하더라"라며 "남편은 잘못이 없으니 법정에서 다 밝혀질 거라 생각하고 나에게도 말을 않고 재판을 혼자 받아왔었다"고 말했다.

B씨는 "공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진행됐고 남편의 말에 따르면 검사가 벌금이 300만 원 나올 것이라고 해서 '내 버리고 끝내자'는 마음으로 재판에 갔는데 판사가 징역 6개월 선고하고 그 자리에서 법정구속시켰다"고 설명했다.

남편의 구속 이후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아내 B씨는 "요즘 미투니 뭐니 해서 성적인 문제 아주 조심스럽고 심각한 일인 거 잘 알지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같은 여자지만 정말 사람 하나 성추행범 만드는 거 일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강제추행 혐의의 증거로 채택된 CCTV _출처 : 보배드림
강제추행 혐의의 증거로 채택된 CCTV _출처 : 보배드림
B씨는 "재판에서 CCTV 동영상도 틀었는데 하필 신발장 때문에 남편의 손 부분이 보이질 않는다"면서 "남편이 C씨 뒤를 지나가면서 손을 앞으로 모았는데 판사는 그걸 여자의 신체를 접촉하고 취하는 행동으로 판단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남편이 억울하고 분하다고 펑펑 우는데 설사 진짜 엉덩이를 만졌다고 쳐도 그게 징역 6개월이 말이 되나. 변호사는 남편이 끝까지 부인하니까 괘씸죄가 추가돼서 그런거 같다고 하는데 그럼 안한 걸 했다고 해야 하나"라고 성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같은 글이 게시돼 20만명이 넘는 청원 지지를 받았다.

당당위는 "1차적으로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의 사법부의 유죄추정에 대한 문제제기"라면서 "크게 보자면 유사사례에 대한 사법부의 각성요구"라고 시위 취지를 밝혔다.

B씨가 온라인에서 공개한 판결문은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모르는 사이로, 2017년 11월26일 식당에서 각자의 일행들과 모임을 하고 있었다"며 "26일 오전 1시10분쯤 식당 현관 근처에서 피고인의 일행을 배웅하던 중, 피해자를 보고 옆을 지나가며 손으로 피해자의 우측 엉덩이 부위를 움켜잡았다"고 적시했다.

판결문은 증거의 요지 첫 번째로 지목된 ‘CCTV 영상’과 관련해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내용, 피고인이 보인 언동, 범행 후의 과정 등에 관하여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그 내용이 자연스럽다"면서 "또한 피해자가 손이 스친 것과 움켜잡힌 것을 착각할 만한 사정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많은 남성들 앞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엉덩이를 만진 것을 바로 항의하였는데, 피해자의 반응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단순히 손이 피해자의 엉덩이를 스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 추행했다는 판단에 따라 A씨에게 징역 6월에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3년간 취업제한 등을 선고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피해자 C씨와 당일 함께 있었다는 지인 D씨는 "온라인상에 팩트 없는 추측성 게시글과 댓글을 보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면서 "피해자는 합의금을 요구한 적이 없다. 피해자는 합의금 천만 원을 요구했다는 아내분의 허위 주장과 피해자를 향한 모욕적인 표현이 담긴 댓글에 매우 충격을 받고 화가 나 있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피해자를 꽃뱀으로 매도 당하게 만든 중요한 사안이다"라며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진 것처럼 저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왜 피해자에게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가해자 만이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상에서처럼 그 빠른 시간에 엉덩이를 움켜쥐고 시치미를 뗄 정도의 수법과 대범함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처음은 아닐거라 생각한다"면서 "경찰에서 처음 조사를 할때 cctv화면을 판독하기위해 여성 청소년계에 근무하는 모든 형사 분들이 모여 영상을 수차례 돌려보았다고 한다. 실제로 증거로 채택된 영상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찍힌 두개의 영상이며 전후 상황이 더 정확하게 담겨 있다. 유죄를 받은 사건인데 가해자 아내의 감정만을 앞세운 호소글로 피해자를 마치 꽃뱀으로 매도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반론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것은 남성의 행위 여부가 아닌, 영상에서 증거의 효력이 발생하느냐다. 정말 행위가 저질러졌다면 남성의 처벌은 당연하지만, 현재까지 봤을 때 재판부 판결이 과연 옳았냐 의문을 제기하는 법조인들이 늘고 있다.

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많은 성범죄 사건에서 증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가 나오는 등, 현재 우리 사회의 성범죄자 엄단분위기에 의해 수백년간 간신히 이뤄낸 헌법상 대원칙, '무죄추정의 원칙'이 붕괴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 역시 그러한 흐름에서 내려진 판결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성범죄자를 엄단하여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누구도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인하여 유죄 판결을 받는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부산동부지법 동부지원은 “피해자 여성의 진술과 CCTV 영상을 토대로 유죄를 판단했다”면서도 “CCTV 영상은 부가적인 것일 뿐 피해자 여성의 진술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판결 기준을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