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건설업체인 삼성엔지니어링이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저가 수주 여파로 2015년 자본 잠식에 빠진 뒤 3년여 만이다. 중동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가 늘고 있는 데다 삼성이 앞으로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안정적인 그룹 일감을 확보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하반기에도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발주가 잇따를 전망이어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 일감 최고치… 부활 기지개
◆수주·발주 ‘동반 증가’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올 상반기 기준 수주 잔액(남은 일감)은 13조8000억원으로, 최근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규 수주액도 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수주액(8조5000억원)의 74.1%에 달한다. 2015년(5조2000억원)과 2016년(5조원) 연간 수주실적을 이미 뛰어넘었다. 지난 4일엔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정유사인 아드녹이 발주한 3조4000억원 규모의 원유처리시설 공사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수주 금액이 지난해 매출(5조5362억원)의 절반을 웃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태국 타이오일(40억달러)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32억달러), 알제리 HMD 정유(25억달러), 미국 PTTGC(20억달러) 등이 발주한 플랜트 공사 입찰에 참여하고 있어 추가 수주 전망도 밝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970년 설립(당시 코리아엔지니어링)된 국내 최초의 엔지니어링 전문업체다. 같은 해 대한석유공사 제3상압증류탑 프로젝트와 1976년 호남석유화학 에틸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국내 건설사 중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해외건설업계는 향후 3년간 중동 지역의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발주액이 1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과당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최근엔 합작 형태로 수주에 나서고 있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전체 계약의 83%에 달했던 중동 지역의 단독수주 계약 비중이 2016년 이후엔 53%까지 낮아졌다. 저가 수주를 피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공사 지연 등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저가 수주로 삼성엔지니어링의 발목을 잡았던 UAE의 CBDC 프로젝트도 올해 말께 완공을 앞두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이 1613억원으로, 지난해(469억원)보다 243.9%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대규모 투자도 ‘호재’

삼성그룹이 향후 3년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바이오, 차량용 전자장비 등 4대 성장 동력에 18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수혜가 예상된다. 삼성은 180조원 가운데 130조원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다. 재계에선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2라인 신설을 비롯해 평택 3·4라인과 아산 A5공장 등 디스플레이 증설, 삼성바이오로직스 증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생산시설은 기밀 유지가 필요해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그룹 내 건설사들이 시공을 도맡았다.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은 삼성물산(70%)과 삼성엔지니어링(30%)이 공동으로 수주했다. 디스플레이 공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이 대부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