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일부터 열리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위안허핑 감독의 ‘엽문 외전’.
다음달 4일부터 열리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위안허핑 감독의 ‘엽문 외전’.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인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다음달 4~13일 부산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초청작은 79개국, 323편으로 지난해보다 20여 편 늘었다.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는 115편(장편 85편, 단편 30편), 자국 외 최초 상영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5편(장편 24편, 단편 1편)이다.

개막작은 14년 만에 아들을 만난 탈북 여성을 다룬 윤재호 감독의 ‘뷰티풀 데이즈’. 이나영이 6년 만에 스크린에 나온 이 작품은 탈북민 문제를 중심으로 가정의 해체와 복원을 담아냈다. 폐막작은 홍콩 정통무술을 세계적으로 알린 배우이자 제작자인 위안허핑(袁和平) 감독의 신작 ‘엽문 외전’이 선정됐다. 개·폐막식 입장권 예매는 오는 20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다. 이번 영화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화제작들을 추려봤다.

◆칸 남우주연상 수상자 등 부산 방문

우선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한·중·일 3개국 대표작들이 꼽힌다. 문소리, 박해일이 출연하는 장률 감독의 ‘거위를 노래하다’는 군산 여행을 떠나게 된 남녀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펼쳐냈다. 홍콩 뉴웨이브 감독 관진펑의 ‘초연’은 왕년에 라이벌 관계였던 두 스타 여배우가 연극 공연을 준비하면서 초연 때까지 겪는 불안을 소재로 삼았다. 중국 톱스타 바이바이허의 고혹적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바이바이허는 축제 기간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일본 쓰카모토 신야 감독의 ‘킬링’은 시골에서 무술 수련에 전념하던 청년이 갑자기 마을로 찾아온 무법자 무리로 인해 사무라이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인 ‘퍼스트 맨’을 비롯한 3대 국제영화제 초청작들도 대거 선보인다. ‘퍼스트 맨’은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1930~2012)의 전기 영화다.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배우 라이언 고즐링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미국의 거장 오선 웰스의 미완성 유작으로 최근 완성돼 베니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바람의 저편’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
올해 칸영화제를 빛낸 누벨바그(1950년대 프랑스 영화계의 새로운 조류)의 거장 장뤼크 고다르의 ‘이미지의 북’과 이탈리아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도그맨’도 선보인다. ‘도그맨’으로 올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마르첼로 폰테가 부산을 찾아와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폴란드 영화 ‘콜드 워’, 터키의 거장 누리 빌게 제일란의 ‘야생 배나무’ 등도 초청됐다.

◆프로그래머 추천작도 추천

프로그래머들이 추천하는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다. 스웨덴 알리 압바시 감독의 ‘경계선’은 이상한 외모를 지녔지만 밀수범들을 기가 막히게 식별해내는 능력을 갖춘 출입국 보안요원 이야기다. 상상을 초월하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란 평가다. 미국 젤너 형제 감독의 ‘뎀젤’은 사랑하는 여자가 납치됐다고 믿는 새뮤얼이 우여곡절 끝에 여자를 구하지만, 영웅이 되지 못한 채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중간에 나오는 반전과 완전히 망가지는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가 매력적이다.

차성덕 감독의 ‘영주’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소녀가장이 된 영주가 가해자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향기가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김준식 감독의 ‘아워 바디’는 행정고시 준비로 지친 자영이 건강한 매력의 현주를 따라 달리기를 하면서 활기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최희서가 주연했다. 중국 장이머우 감독의 ‘무영자’는 진짜를 넘어서려는 대역의 욕망을 대담한 비주얼로 표현했다. 중국 지아장커 감독의 ‘애쉬’는 15년간에 걸친 깡패와 한 여인 간의 폭력으로 얼룩진 러브스토리다. 대만 차이밍량 감독의 ‘너의 얼굴’은 13명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사랑, 상실, 어둠과 빛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실험을 통해 새로운 영화언어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