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생산거점으로 오라"… 헝가리 '러브콜'에 둥지 튼 SK이노·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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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천국' 된 헝가리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 몰려있어
전기차 배터리 공장 최적의 입지
기업유치 적극적인 정부도 '한몫'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 몰려있어
전기차 배터리 공장 최적의 입지
기업유치 적극적인 정부도 '한몫'
지난 5월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에 동유럽 주요 도시들로부터 메일이 쏟아졌다. SK이노베이션이 동유럽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각 도시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우리 도시에 공장을 건립해달라”고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헝가리, 체코, 폴란드의 주요 도시를 두고 6개월에 걸친 검토 끝에 SK이노베이션이 선택한 곳은 헝가리 북부 코마롬.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국경 지대에 있는 이 도시는 ‘헝가리 북부 오토모티브 클러스터’에 자리 잡고 있다. 독일 아우디, 일본 스즈키, 중국 비야디(BYD)부터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 보쉬, ZF 등이 모여 있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에 ‘최적의 입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경지대에 있어 슬로바키아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폭스바겐, 기아자동차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자사 생산기지 인근에서 배터리 공장 설립을 원하고 있다는 점도 이곳을 선택한 주요한 요인이었다. 헝가리 케치케메트에는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고객사인 다임러그룹의 메르세데스벤츠 생산기지가 있다.
삼성SDI의 사례는 좀 더 극적이다. 이 회사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헝가리 괴드시에서 브라운관,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모듈을 생산했다. 하지만 PDP 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해당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2013년 공장이 폐쇄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곳을 다시 활용할 기회가 찾아왔다. 유럽 완성차 업체가 앞다퉈 헝가리에 생산 기지를 세우면서 삼성SDI도 동유럽에 배터리 생산 거점을 둘 필요성이 생겼다.
공장 폐쇄로 어려움을 겪던 괴드시가 살아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뛴 정부에 있다. 지난해 5월 삼성SDI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직접 참석했다. 헝가리를 유럽의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삼겠다는 정부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2014년부터 헝가리투자청(HIPA)을 신설하고 헝가리 직원을 한국 기업 전담 데스크로 두고 있다. 한국어로 된 투자 설명서가 구비돼 있을 정도다.
한국 기업들의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KOTRA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현지에서 고용한 인원은 △삼성전자 1875명 △한국타이어 2230명 △한온시스템 1560명 △삼성SDI 600명 등이다. 삼성전자가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야스페니사루시는 ‘삼성전자 시(市)’라고 불릴 정도다. 인구 5600명 중 3분의 1이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다. 1989년 설립돼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헝가리, 체코, 폴란드의 주요 도시를 두고 6개월에 걸친 검토 끝에 SK이노베이션이 선택한 곳은 헝가리 북부 코마롬.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국경 지대에 있는 이 도시는 ‘헝가리 북부 오토모티브 클러스터’에 자리 잡고 있다. 독일 아우디, 일본 스즈키, 중국 비야디(BYD)부터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 보쉬, ZF 등이 모여 있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에 ‘최적의 입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경지대에 있어 슬로바키아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폭스바겐, 기아자동차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자사 생산기지 인근에서 배터리 공장 설립을 원하고 있다는 점도 이곳을 선택한 주요한 요인이었다. 헝가리 케치케메트에는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고객사인 다임러그룹의 메르세데스벤츠 생산기지가 있다.
삼성SDI의 사례는 좀 더 극적이다. 이 회사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헝가리 괴드시에서 브라운관,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모듈을 생산했다. 하지만 PDP 제품 수요가 줄어들고 해당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2013년 공장이 폐쇄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곳을 다시 활용할 기회가 찾아왔다. 유럽 완성차 업체가 앞다퉈 헝가리에 생산 기지를 세우면서 삼성SDI도 동유럽에 배터리 생산 거점을 둘 필요성이 생겼다.
공장 폐쇄로 어려움을 겪던 괴드시가 살아날 수 있었던 비결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뛴 정부에 있다. 지난해 5월 삼성SDI 배터리 공장 준공식에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직접 참석했다. 헝가리를 유럽의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삼겠다는 정부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2014년부터 헝가리투자청(HIPA)을 신설하고 헝가리 직원을 한국 기업 전담 데스크로 두고 있다. 한국어로 된 투자 설명서가 구비돼 있을 정도다.
한국 기업들의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 KOTRA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현지에서 고용한 인원은 △삼성전자 1875명 △한국타이어 2230명 △한온시스템 1560명 △삼성SDI 600명 등이다. 삼성전자가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야스페니사루시는 ‘삼성전자 시(市)’라고 불릴 정도다. 인구 5600명 중 3분의 1이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다. 1989년 설립돼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