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경제정책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그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대체할 성장 담론(談論)으로 ‘국민 성장론’을 제시한 데 이어 연이틀 정부의 경제정책 전환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국민 성장론’은 정부 주도의 소득주도 성장과는 달리 경제운용을 시장 자율에 맡기고,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해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게 골자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제1 야당의 토론 요구를 정치 공세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흘려듣기엔 한국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 고용, 투자, 성장 등 경제 성적표가 어느 하나 정상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8월 고용동향’에서 확인됐듯, 취업자 수와 청년실업률 등 각종 고용지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설계자인 김광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 대통령 경제멘토들에 이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정부 정책기조가 고용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성장통”이라며 여전히 소득주도 성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류 경제학계의 잇단 문제 제기와 산업 현장의 아우성을 외면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소득주도 성장을 일종의 성역으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자칫 적절한 정책 시기를 놓쳐 한국 경제가 고용 부진과 소비 위축, 경기 침체 장기화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과 집권당을 견제해야 할 책무가 있는 제1야당의 논쟁을 주도권 경쟁으로 치부하면서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정치권의 치열한 논쟁은 정책 실패의 근원을 찾아내고,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다. 그래야 정책 오판과 실패 가능성을 줄여 바람직한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성장 논쟁’이라면 더욱 그렇다. ‘협치’를 얘기하는 정부·여당이 야당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치권이 협력해서 대안을 제시한다면 정책 효과도 더 높아질 게 분명하다. ‘성장 논쟁’은 치열할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