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한 정상회담을 위해 오늘 사흘 일정으로 평양에 간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북한을 방문하는 세 번째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 그만큼 문 대통령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이후 급진전된 남북관계가 당초 지향점이었던 ‘비핵화’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심적 부담도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방북을 앞두고 어제 청와대에서 “무력충돌의 가능성과 전쟁의 공포를 우선적으로 해소하는 것,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촉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둘 다 북한 비핵화와 맞닿은 사안이다. 지난해 “핵 동결은 (남북)대화의 입구이고, 그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폐기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고 했던 대통령의 평화로드맵이 이번에 불가역으로 매듭져지길 바란다.

개성에 연락사무소까지 열 정도로 남북한 간 대화 유지에는 무리 없는 단계로 왔다. 남북 정상회담도 이제는 만남 자체에만 의미를 둘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항구 평화의 담보장치를 확인하고 싶은 국민들 요구가 커지는 게 당연하다. 문 대통령과 정부 대표단도 이런 바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대화국면을 잘 이어가는 것도 좋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사와 한반도가 수시로 세계의 화약고처럼 됐던 이유를 잊어서는 안 된다. 온갖 행태로 무력 도발을 감행해 온 것은 북한이었다. 핵무기 개발로 국제 약속을 깬 것도 북한이었다.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은 이런 자세에서 완전히 탈피한다는 약속을 김정은의 말로 해야 한다. 남북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냉철히 보며 ‘희망의 대반전’을 이끌어내는 게 문 대통령과 정부 대표단이 이번에 할 일이다. 그렇게 가는 과정이 비핵화다.

한반도 주변 여건이 썩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이 이 시점에 대북제재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도 심상치 않다. 미국은 평양행에 기업인들까지 대거 동행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경제협력의 과속’을 경고했다는 보도도 있다. 중국의 속셈도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이런 와중의 이번 회담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뿐 아니라 이를 이끌어낼 문재인 정부의 대북 역량이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