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막으려다… 의사들 간 동업까지 '不法 낙인' 논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메디컬 이슈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졸속 입법' 비판
일반인에 면허 빌려준 의료인
처벌 강화한다는 게 골자
공동개원 형태 병원도 제재 대상
과잉 규제라는 지적 쏟아져
"불법 사무장병원 없애야 하지만
네트워크병원 막는 건 시대착오"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졸속 입법' 비판
일반인에 면허 빌려준 의료인
처벌 강화한다는 게 골자
공동개원 형태 병원도 제재 대상
과잉 규제라는 지적 쏟아져
"불법 사무장병원 없애야 하지만
네트워크병원 막는 건 시대착오"
불법 사무장병원을 막기 위해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두고 졸속 입법 논란이 일고 있다. 사무장병원의 범위에 ‘의사 사무장병원’을 무리하게 포함하면서 의료인 간 동업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인 간 동업 관계로 운영되는 네트워크병원이 모두 불법이 돼 이를 운영하는 의사 면허까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환자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한 공동 개원 형태의 병원이 모두 사라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네트워크병원 규제만 강화
의료계에 따르면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사무장병원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성을 높이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이들 법안은 지난 6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들 법안은 불법 사무장병원 개설을 막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일반인에게 면허를 빌려주는 의료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이들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 진료를 한 뒤 진료비를 받더라도 건강보험에서 이를 다시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개설한 사무장병원뿐 아니라 의사 간 동업 형태의 네트워크병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법안이 통과하면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면 해당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도 개정해 이들 의료기관 진료비를 건강보험이 환수하게 된다. 최 의원 등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의무규정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어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정당한 진료비 환수 논란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는 개정안이 의료계 내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에서 명시한 운영의 범위가 모호해 경영지원회사(MSO)에서 의료기관 운영을 돕는 네트워크병원이 모두 불법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면허를 대여한 불법 사무장병원과 의료인 간 동업관계인 네트워크병원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법원이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병원의 차이를 분명히 구분하고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요양급여 환수 처분을 철회하라고 판결하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주성 신&유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016년 9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의료인 간 동업이나 투자는 사무장병원으로 볼 수 없는 데다 의사가 한 진료 행위에 대해 환수 처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 뒤 건보공단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의료기관이 대부분 승소했다”며 “의사 개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뒤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건강보험이 허위 청구에 대해 환수 처분하는 것과 네트워크병원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개정안이 중복입법이라고 문제 삼았다. 협회는 “사무장병원은 일반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이지만 ‘의사 사무장병원’은 이와 다르다”며 “개정안으로 의사의 직업적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일반인에게 면허를 대여하는 사무장병원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임에도 같은 사안으로 여기고 처벌만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의료인 간 동업하면 면허 취소
정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를 운용하면서 의사 개인이 개설한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기관으로 지정한 뒤 부당하게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 발의에 요양급여환수처분 판결에서 잇따라 패소하고 있는 건보공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지만 의료계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은 지나친 입법”이라고 토로했다.
의료인 간 동업을 가로막는 이번 개정안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의사 간 동업 관계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면 면허 취소 처벌까지 할 수 있다. 여러 의사가 함께 공동구매를 해 원가를 절감하거나 임상연구를 공유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는 네트워크병원 형태의 병원 운영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네트워크병원을 통해 개별 의료기관의 우수한 의료 노하우를 여러 의료기관이 공유하는 길도 막힌다. 네트워크병원 형태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을 모두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금 개정안을 논의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의사 간 면허 대여 관련 조항은 이미 의료법 안에 처벌 규정이 있다. 한 명의 의사는 한 개의 의료기관만 운영하도록 한 의료법 제33조 8항과 제4조 2항은 헌법재판소 위헌법률제청 판결을 앞두고 있다. 위헌 판결이 나오면 개정안의 규제 근거 조항이 사라지게 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네트워크병원 규제만 강화
의료계에 따르면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사무장병원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성을 높이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이들 법안은 지난 6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들 법안은 불법 사무장병원 개설을 막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일반인에게 면허를 빌려주는 의료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이들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 진료를 한 뒤 진료비를 받더라도 건강보험에서 이를 다시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개설한 사무장병원뿐 아니라 의사 간 동업 형태의 네트워크병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법안이 통과하면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하면 해당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도 개정해 이들 의료기관 진료비를 건강보험이 환수하게 된다. 최 의원 등은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의무규정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어 처벌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정당한 진료비 환수 논란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는 개정안이 의료계 내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에서 명시한 운영의 범위가 모호해 경영지원회사(MSO)에서 의료기관 운영을 돕는 네트워크병원이 모두 불법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면허를 대여한 불법 사무장병원과 의료인 간 동업관계인 네트워크병원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법원이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병원의 차이를 분명히 구분하고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요양급여 환수 처분을 철회하라고 판결하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주성 신&유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016년 9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의료인 간 동업이나 투자는 사무장병원으로 볼 수 없는 데다 의사가 한 진료 행위에 대해 환수 처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 뒤 건보공단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의료기관이 대부분 승소했다”며 “의사 개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뒤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건강보험이 허위 청구에 대해 환수 처분하는 것과 네트워크병원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개정안이 중복입법이라고 문제 삼았다. 협회는 “사무장병원은 일반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이지만 ‘의사 사무장병원’은 이와 다르다”며 “개정안으로 의사의 직업적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일반인에게 면허를 대여하는 사무장병원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임에도 같은 사안으로 여기고 처벌만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의료인 간 동업하면 면허 취소
정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를 운용하면서 의사 개인이 개설한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기관으로 지정한 뒤 부당하게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 발의에 요양급여환수처분 판결에서 잇따라 패소하고 있는 건보공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하지만 의료계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은 지나친 입법”이라고 토로했다.
의료인 간 동업을 가로막는 이번 개정안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의사 간 동업 관계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면 면허 취소 처벌까지 할 수 있다. 여러 의사가 함께 공동구매를 해 원가를 절감하거나 임상연구를 공유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는 네트워크병원 형태의 병원 운영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네트워크병원을 통해 개별 의료기관의 우수한 의료 노하우를 여러 의료기관이 공유하는 길도 막힌다. 네트워크병원 형태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을 모두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금 개정안을 논의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의사 간 면허 대여 관련 조항은 이미 의료법 안에 처벌 규정이 있다. 한 명의 의사는 한 개의 의료기관만 운영하도록 한 의료법 제33조 8항과 제4조 2항은 헌법재판소 위헌법률제청 판결을 앞두고 있다. 위헌 판결이 나오면 개정안의 규제 근거 조항이 사라지게 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