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거래시간 원상복구 찬반 '팽팽'…"연장 효과 불투명"vs"신중 논의 필요"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이 실질적으로 주식의 거래량 및 거래금액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거래소는 거래량을 늘려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명분 등을 내세워 2016년 8월1일부터 증권·파생상품시장의 정규 매매시간을 30분 늘렸다. 증권시장의 정규장 매매시간이 종전 6시간(오전 9시~오후 3시)에서 현재의 6시간30분(오전 9시~오후 3시30분)으로 늘었다. 외국환 중개회사들의 외환 거래시간 등도 30분 연장됐다.

◆거래시간 연장 후 오히려 거래량·대금 줄어든 코스피

구기동 신구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증권노동자 장시간 노동시간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전체적인 경제상황의 진전과 자연증감을 고려할 경우 오히려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주식시장 매매거래시간 30분 연장 이후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라며 "코스피의 거래량은 오히려 축소되고 코스닥의 경우에도 상장주식수 증가를 고려할 경우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구 교수는 매매거래시간 연장 전 24개월(2014년 8월~2016년 7월)을 연장 후 24개월(2016년 8월~2018년 7월)과 비교한 결과 코스피 상장주식수는 15.10%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월평균거래량은 오히려 9.95% 줄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상장주식수는 31.68% 늘었고 월평균거래량은 30.03% 증가했다.
자료=구기동 신구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발제문 발췌
자료=구기동 신구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발제문 발췌
거래대금 역시 시가총액 증가분에 비해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월평균시가총액이 19.83% 늘어난 반면 월평균거래대금은 14.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스닥은 매매거래연장 이후 월평균 시가총액이 28.73% 늘었고 월평균거래대금은 29.48% 늘었다.
자료=구기동 신구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발제문 발췌
자료=구기동 신구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발제문 발췌
그는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무한정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매매시간 확대 후 거래밀도가 낮아져 오히려 유동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간단축 효과 불투명·부작용 발생…시스템 효율 추구해야"

구 교수는 오히려 마감시장이 연장되면서 주식시장의 투기시장화, 그림자 금융 확대,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업무시간 과다 및 피로 누적으로 지속적인 산재 발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거래는 거래 시간의 길이보다 시황(정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국제거래시스템과 국내시스템의 효율적 연계 구조에서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지부 지부장은 중국·아시아 증시와의 거래시간 차이 축소에 따른 외국인투자 유인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거래시장 연장 후 우리 주식시장에 투자한 전체 외국인의 월평균 시가총액 회전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해외 사례에서도 증시 거래시간 연장은 매우 제한적이고 효과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오히려 거래시간을 단축할 경우 우리 증시의 유동성에 맞는 거래시간으로 회귀해 밀도 높은 시장을 구현할 수 있다"며 "거래소, 금융투자산업, 자본시장, 사회경제적 불경제를 해소하고 핵심역량으로의 선택과 집중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거래시간 원복은 논의 필요…노동자 부담 완화 조치 추진"

반면 권오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거래시간 연장 이후 중국시장과의 거래 중첩시간이 늘어나 장종료 후 발생한 해외증시의 주가 변동에 대해 다음날까지 기다리지 않고 국내의 투자자들의 즉시 대응할 수 있는 거래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권 본부장보는 거래시간 연장 후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량이 줄어든 이유와 관련해서는 "코스닥 활성화 및 상장지수펀드(ETF) 간접투자 확산에 따라 거래가 분산된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거래시장 연장이 투자자 편의를 제고하고 글로벌 거래소로 성장하는 데에 발판을 마련한 의미있는 정책이므로 원상 복구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시간 연장 후 나타나는 거래대금과 거래량 변화가 여러 대외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단순분석이며 경제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해당기간의 증시 상황 등 다양한 변수를 제어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며 "단편적 비교로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증권시장 거래시간은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과 중장기적 증권시장 발전 관점에서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조금 더 긴 호흡을 가지고 최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며 관련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과장 역시 "거래대금과 거래량 문제는 그 기간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 자체가 전체적으로 다 줄어들었던 시기"라며 "여러 다양한 변수가 있어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 거래시간과 관련해 근로시간이나 노동문제는 저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증권사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바꿔 업무에 따라 업무를 배분하는 등 효율화하는 것이 (주식 거래시간 단축보다) 더 낫다"고 강조했다.

한편 거래소는 증권업계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업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향후 종가 정보 분배 시간을 단축하고 시가·단일가 시간 단축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k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