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아이파크 거리뷰(출처 네이버)
삼성동 아이파크 거리뷰(출처 네이버)
서울에서 3.3㎡당 1억원을 가장 먼저 넘긴 아파트는 ‘아이파크 삼성’이다. 지난해 8월 이 단지 펜트하우스(전용면적 203.121㎡)가 105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국내에서 아파트 매매가가 100억원을 넘은 것은 이 아파트가 처음이었다. 기존 최고가였던 '한남더힐'보다 23억원 가량 비싼 금액이다. 3.3㎡당으로도 신기록을 남겼다. 이 주택형의 공급면적은 81평형. 정확히 3.3㎡당 1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집주인이었던 M씨는 이 집 한 채 거래로만 70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였다. 어떻게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이익을 거둘 수 있었을까.

◆2006년 36억에 매입…12년 만에 매매차익 69억원

M씨는 2006년 9월 이 집을 36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삼성동 선정릉역(9호선·분당선) 인근에 살다가 이 펜트하우스를 매입해 이사했다. 12년이 지난 2017년 8월 M씨는 이집을 105억3000만원에 팔았다. 매매차익은 69억1000만원에 달했다.

105억원에 팔린 집은 아이파크삼성 30층과 31층(해당 라인의 최상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다. 널찍한 테라스를 갖춘 복층 구조다. 인근 중개업소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동안 여러 차례 자산가들이 이집을 매수하겠다고 나섰지만, 집주인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던 중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는 사업가 N(60)씨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N씨는 집을 팔라고 집요하게 요청했고 집주인은 농담처럼 “100억원을 주면 팔겠다”고 답했다. 여기에 N씨가 바로 “100억원에 5억원 얹어주겠다”도 응하면서 거래가 체결됐다.

펜트하우스 평면도
펜트하우스 평면도
◆ 희소가치 높은 펜트하우스…"거래되는 게 값"

한강변에 자리 잡은 삼성동 아이파크는 총 449가구 규모다. 3개 동(23~46층)으로 이뤄졌다. 2004년 입주했다. 전용면적 203㎡이상으로 옛 55평 이상의 대형평형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 단지의 실거래가는 2017년 기준 30억~50억원에 달한다.

이 아파트엔 복층형 펜트하우스가 10가구 있다. 203㎡(약 81평형) 3가구, 226㎡(약 88평형) 3가구, 250㎡(약 96평형) 2가구, 269㎡(약 104평형) 2가구 등이다. 각 동 최상부에 배치돼있다. 203㎡와 269㎡는 북동향, 226㎡와 250㎡는 남서향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을 파노라마식으로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동쪽으로 하남 남양주, 서쪽으로 일산까지 보인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M씨의 사례처럼 펜트하우스는 정해진 가격이 없다. 그때그때 거래되는 게 값이다. 희소가치가 워낙 높아서다. 특히 강남권에 교통이 사통팔달이고 조망권을 갖춘 고층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 또 다른 신화 나올까

삼성동 '아이파크'는 최근 경매시장에서 다시 한번 화제로 떠올랐다. 펜트하우스 10가구 중 한 가구가 법원 경매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아이파크 웨스트윙동 전용 269.41㎡(104평형)가 경매에 부쳐졌다. 감정가는 99억원이다.이 물건은 41층과 42층에 자리잡은 복층형 펜트하우스다. 각 층에 널찍한 테라스가 붙어 있어 정원처럼 사용하면서 환상적인 서울 조망을 즐길 수 있는 위치다.

이 물건의 감정가 99억원은 경매 역사상 최고가다. 이전 최고 감정가 기록은 2016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대지 245㎡, 건물 273㎡)가 세운 87억6000만원이었다. 당시 58억1800만원에 낙찰됐으나 소유자가 대출금을 갚아 경매가 취소됐다.

이 물건에 설정된 전세금 50억원도 경매 역대 최고가다. 직전 최고가 2016년 경매에 나온 타워팰리스 전용 244㎡의 전세금 23억원이었다. 전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신청한 임의경매였다. 지난 18일 실시된 경매에서 결과는 어땠을까? 관심을 모은 물건이었지만 응찰자가 없어 결과는 유찰이었다.
이번 첫 경매에서 낙찰됐다면 낙찰가 신기록도 세울 수 있었다. 기존 낙찰가 역대 최고가는 2009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전용 244㎡)으로 62억23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는 55억원이었다.

경매업계에서는 첫 번째 경매에서 낙찰될 확률이 반반이라고 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고가 부동산은 집주인이 경매 시작 전 채권 일부를 상환하며 경매 취하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1순위 채권 금액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이고, 채권최고액이 담보물건보다 커서 경매가 취하될 여지도 있다. 이 집엔 45억50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또 50억원의 전세권도 설정돼 있다. 이들을 합해 집주인의 채무 총액이 141억원에 달한다.

현재 같은 주택형이 100억원에 인근 중개업소에 매물로 나와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채권최고액에는 이자 등 허수가 많이 포함돼 있다”며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다면 채무자가 우선 일부를 갚고 차근차근 갚겠다면서 경매를 취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정부가 내놓은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경매 유찰에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 있다. 잔금 대출이 어려워진데다 물건이 워낙 관심을 받다보니 응찰자가 쉽게 올 수 없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 서울에선 평균 응찰자 수가 4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지고 유찰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