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김위원장 공항서 뜨거운 포옹…예포 21발·무개차 환영행사
10만 평양시민 '조국통일' 외치며 환대…문대통령, 손 흔들어 화답
김정은, 영빈관 객실까지 직접 안내…문대통령 "최고의 환영, 최고의 영접"
첫 공개된 노동당 본부청사서 120분간 회담…방명록에 "겨레의 마음은 하나"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18일 평양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 북측이 제공한 의전 수준은 '극진' 그 자체였다.

문 대통령 자신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최고의 영접을 받았다"고 사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26일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을 두 번째로 만난 자리에서 '올가을 평양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대통령 내외분을 성대하게 맞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공언대로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의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 도착부터 북측의 환대는 매 순간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김 위원장은 리설주 여사와 함께 순안공항에 나와 뜨거운 포옹으로 문 대통령을 반겼고, 의장 행사에선 '국가원수 예우'의 의미가 담긴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평양시민들은 순안공항과 거리에서 연신 큰 꽃다발을 흔들며 한국 대통령으로선 11년 만에 평양을 찾는 문 대통령을 반겼다.

문 대통령은 이들에게 연신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하는 길에 무개차에 함께 올라 카퍼레이드를 하기도 했다.

북한에서 무개차 환영행사는 외국의 수반급 중에서도 최고 예우를 갖춰야 하는 국빈급인 경우 이뤄진다.

문 대통령은 2박 3일간 머물 영빈관에 짐을 푼 뒤, 남측 언론에는 최초로 공개된 노동당 본부청사로 이동해 김 위원장과 120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 김정은 부부, 직접 영접…'국가원수 예우' 21발 예포도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태운 전용기는 이날 오전 9시 49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곳곳에 레드카펫이 깔린 순안공항의 모습은 성대한 손님맞이가 이뤄질 것을 짐작하게 했다.

착륙한 전용기가 트랩이 마련된 곳으로 다가서자 북측 인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미리 공항에 나와 있던 인민복 차림의 김 위원장과 감색 투피스 정장의 리설주 여사는 나란히 전용기 앞으로 다가섰고, 약 50분간의 비행을 마친 문 대통령 부부를 반갑게 맡았다.

트랩에서 내려선 문 대통령은 환한 미소와 함께 팔을 벌린 채 김 위원장을 향해 다가갔다.

5·26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115일 만에 다시 만난 남북 정상은 짧은 악수를 하고선 이내 뜨겁게 포옹했다.

서로 볼을 스치듯 교차하며 세 차례 껴안은 두 정상은 다시 손을 맞잡고 얘기를 나눴다.

두 정상이 재회하는 사이 김 여사와 리 여사도 옆에서 환한 웃음으로 손을 마주 잡고 대화를 나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2박 3일간의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화동으로부터 꽃을 받아든 문 대통령 부부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해 북측 인사들의 환영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직접 문 대통령을 안내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연 것은 오늘이 처음이며,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공항에 영접을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국가연주는 생략됐으나, 21발의 예포가 울려 퍼졌다.

예포 21발은 상대국 국가원수를 위한 최고 예우를 뜻한다.

공항에 운집한 평양시민들은 한반도기와 인공기, 그리고 붉은색 조화를 흔들며 문 대통령 부부를 환대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감사의 뜻을 표시했고, 김 위원장과 함께 레드카펫을 이동하는 도중 환영 인파 속으로 다가가 몇몇 시민과 악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순안공항에서 30분간의 공식 환영식을 마치고 오전 10시 20분 김 여사와 함께 미리 대기해 있던 검은색 벤츠 차를 타고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과 리 여사 역시 한 차를 타고 뒤를 따랐다.

평양 방문 첫날 북한이 제공한 의전과 관련, "외국 정상회담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환대였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 남북 정상, 카퍼레이드…10만 평양시민 '조국통일' 연호
남북 정상 내외를 각각 태운 차량은 순안공항을 출발한 뒤 평양 시내 중심지로 들어가는 입구인 련못관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동시에 차량에서 내렸고, 한복을 입은 한 여성이 문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이때 앞서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재빨리 옆으로 다가가 문 대통령이 받은 꽃다발을 넘겨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한동안 나란히 걸으며 인도에 줄이어 서서 '조국통일'을 외치는 환영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두 정상은 이어 무개차에 올라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현란한 불빛을 내뿜는 21대의 오토바이가 두 정상이 동승한 무개차를 호위했다.

문 대통령은 연신 환한 웃음과 함께 오른손을 흔들어 길가를 가득 메운 평양시민들의 환대에 화답했다.

청와대는 이날 평양 시내에 쏟아져 나온 환영 인파가 모두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카퍼레이드를 마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전 11시 17분 백화원 초대소에 도착했다.

순안공항에서 평양도로, 3대혁명전시관, 영생탑, 려명거리, 금수산태양궁전을 거쳐 영빈관에 이르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총 58분이었다.

두 정상은 환영 인파가 없는 곳을 지날 때는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김 위원장과 리 여사는 영빈관의 역사를 소개하며 문 대통령 내외가 2박 3일간 묵을 객실로 직접 안내했다.

김 위원장은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 숙소는 초라하다.

비록 수준은 낮을 수 있어도 최대의 성의를 다했다"며 한껏 몸을 낮추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늘 아주 최고의 환영과 최고의 영접을 받았다"고 했다.

◇ 120분간 회담…문대통령 "평화와 번영으로 겨레의 마음은 하나"
영빈관에 짐을 푼 문 대통령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3시 38분께 3차 정상회담이 열릴 노동당 본부청사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의 안내로 청사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김여정 부부장이 건네준 펜을 받아든 뒤 방명록에 "평화와 번영으로 겨레의 마음은 하나!"라고 썼다.

문 대통령 오른편에서 방명록 작성을 지켜보던 김 위원장은 방명록 작성이 끝나자 큰 박수를 보냈다.

이어 두 정상은 2층 회담장으로 이동, 오후 3시 45분부터 정확히 2시간 동안 회담했다.

남측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김여정 부부장이 배석해 회담은 3대 3 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4월 1차 남북회담 때와는 달리 두 정상의 모두발언이 생중계되지는 않았으나 북측은 남측 취재진에 회담장 입장을 잠시 허용하기도 했다.

노동당 본부청사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만을 위한 건물로, 남측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을 찾아 김 위원장과 회담을 하는 첫 정상으로 알려졌다.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회담은 남측 대통령이 묵는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에서 이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