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군사분야 합의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초대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의 ‘군사분야 이행합의서’ 교환을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남북 군사분야 합의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초대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의 ‘군사분야 이행합의서’ 교환을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남북한이 ‘2018 평양 남북 정상회담’ 둘째날인 19일 육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상호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 합의서에서 ‘해상 적대행위 중단구역’ 중 서해구간의 남북 길이가 당초 정부가 발표한 80㎞가 아니라 135㎞로 확인됐다. 특히 서해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의 남북 길이가 북측 40㎞, 남측 40㎞로 동등하게 설정됐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백령도 이북 북방한계선(NLL) 기준으로 보면 북측은 약 50㎞, 남쪽은 약 85㎞로 밝혀져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이날 서명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동·서해에 각각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서해는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는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을 중지한다. 또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을 폐쇄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해설자료를 통해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던 동·서해 해역을 포괄해 (남북 길이) 80㎞의 넓은 완충수역을 설정함으로써 다시는 과거와 같이 우발적 충돌의 아픈 역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서해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과 관련해 “정확하게는 그 길이가 북측 40여㎞, 우리 40여㎞로 총 길이가 80㎞”라고 말했다.
서해 훈련중단 구역, 北에 35㎞ 더 내줘… 'NLL 무력화' 논란
하지만 구글맵 등으로 확인한 결과 남측 덕적도 이북과 북측 초도 이남의 사이의 거리가 135㎞라고 밝혀지자, 국방부는 뒤늦게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의 남북 길이는 80㎞가 아니라 135㎞라고 정정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서해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이 NLL을 고려한 것이라고 강조하기 위해 남북 각각 40㎞로 설정됐다고 발표했다가 길이가 잘못 표기된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말을 바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발표대로라면 남북이 서로 동등한 비율로 설정해 완충수역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우리가 북측에 35㎞를 더 양보한 셈이다.

남측 덕적도와 북측 초도를 기준으로 구역을 설정한 근거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황해도 해안엔 해안포가 집중 배치돼 있어 단순히 해상 면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를 통해 “북한이 해상에서도 경비함정을 우리 측보다 수배 이상 운용하고, 도서 및 육상의 해안지역에서는 포병 및 해안포 사격 중단 등이 해당된다”며 “단순히 해역 크기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대해 “사실상 불가침 합의”라고 강조한 청와대의 발표를 무색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남북은 이 합의서를 통해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협의·해결하며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관할 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을 서두르기로 했다.

남북은 또 오는 11월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서로를 겨냥한 각종 군사 연습도 멈추기로 했다. 지상에선 MDL로부터 남북 각각 5㎞ 안에서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한다. 공중에선 MDL 동·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에서 고정익항공기의 공대지 유도무기사격 등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한다. 고정익항공기는 MDL 기준으로 동부전선은 40㎞, 서부전선은 20㎞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다. 회전익항공기(헬기)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0㎞, 무인기는 동부지역에서 15㎞, 서부지역에서 10㎞, 기구는 25㎞로 적용한다.

평양공동취재단/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