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집 산 자식은 '흐뭇' vs 지방 변두리 사는 자식은 '씁쓸'
"서울 집값 엄청 올랐다면서?"… 추석상 화제는 부동산
아들 2명을 둔 부산시민 김모(63)씨는 서을 아파트값 폭등에 마음이 복잡하다.

올해 38살인 첫째 아들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직장 생활을 한다.

결혼과 함께 서울 동작구에 아파트를 샀는데 4년 만에 수억원이 올랐다.

구매 대금 절반이 넘는 돈을 빚을 내느라 적잖이 부담스러웠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이제는 빚을 내어 사려고 엄두조차 낼 수 없을 만큼 집값이 올랐다.

김씨는 첫째 아들을 생각하면 밥을 안 먹어도 괜히 배가 부른 느낌이다.

딱히 물려 줄 것도 없는데 아들이 재산을 불리니 대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둘째 아들을 생각하면 금세 가슴이 답답해진다.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 부산지사에서 일하는 둘째는 아내와 조그마한 빌라에 살고 있다.

부산지역 집값이 오를 때 빌라는 조금 오르는 데 그쳤고, 지금은 거래가 뚝 끊겨 내놔도 팔릴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김씨는 "두 아들 모두 열심히 사는데 둘째가 운이 없어서 형제간 경제적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해 추석에는 귀성한 자녀가 있는 집집이 부동산, 특히 서울 아파트값 폭등을 놓고 할 얘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값 폭등은 서울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지방에서도 서울, 수도권 못지않게 부동산 열기가 뜨거운 곳들이 있다.

광주에 사는 직장인 박모(36)씨는 이른바 변두리에 산다.

그는 최근 바로 이웃한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적잖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광주의 대치동' 또는 '광주의 8학군'이라고 부르는 남구 봉선동 전용면적 84㎡형 신축 아파트 매매가는 7개월 사이 두 배 넘게 폭등했다.

연초 4억원 정도에 팔리던 아파트가 9억원까지 올랐는데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박씨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하나 속을 끓인다.

그는 "자식이 얼른 집을 마련해 안정된 생활을 하길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인데 평생 변두리를 맴돌아야 하나 싶어 마음이 답답하다"며 "명절을 쇠러 부모님 댁에 갈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집값은 추석상을 앞에 둔 가족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갈수록 벌어지는 서울과 지방 아파트값 격차에 뜨거운 설전도 예상된다.

한국감정원의 지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지방 아파트값은 최고 9배 가까이 격차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안동에 사는 이모(79)씨는 "명절에는 가족 화목을 위한 얘기를 하고 싶지만 1년에 몇 번 못 만나는 처지라 결국 세상 돌아가는 얘기가 나올 것 같다"며 "형제자매가 서로 마음 상하지 않고 즐겁게 지내다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회성 차근호 고성식 김용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