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명보험 업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우선 보험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거시지표인 금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금리의 기조적인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는 경기 여건 및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기준금리를 쉽게 인상하지 못하면서, 시중금리는 오히려 올 들어 하락하는 모습이다. 국고채 5년 수익률은 연초 대비 28bp(1bp=0.01%) 하락했다. 구조적으로 부채 듀레이션이 길 수밖에 없는 보험사는 금리 상승이 절대적으로 유리(반대로 금리 하락은 불리)하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손해보험사보다 금리에 더 민감하다. 2021년 회계제도 변화로 부채 시가평가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올해 금리 약세는 더 아쉽다.

최근 금융당국과의 갈등 요인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2년 전 자살보험금 미지급 관련 사태를 겪었던 생명보험업계는 금감원과 즉시연금 과소 지급 관련 이슈를 진행 중이며, 요양병원 암보험금 등의 잠재적 불안 요소도 있다. 생보업계를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그룹 통합감독 강화 및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 또한 결과적으로 대형 생명보험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생명보험주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 주가는 최근 6개월간 24~27% 하락해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인해 좋지 않은 실적을 기록한 손해보험 3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의 최근 6개월 주가(-6.8%~-7.5%)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그렇다면 여기서 투자자들이 확인할 것은 지금의 금리 및 자본 부담이 주가에 충분히 혹은 적게 반영됐는가, 향후 방향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다. 이에 대해 우려 요인이 주가에 다소 과하게 반영돼 있다고 판단하고, 향후 개선을 전망한다. 적어도 지금보다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우선 금리 측면에서 보면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의견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현 시점에서 뚜렷한 금리 상승을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추가적인 금리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라 자본확충 부담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과하다고 판단된다. 상장 생명보험사의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 잉여금액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금리가 약세를 보였다고는 하나 5년물 기준 여전히 저점보다는 90bp가량 높은 상태다. 무엇보다 감독당국 규제 강화의 목적이 보험사 옥죄기 혹은 금융시장 혼란 야기가 아닌 자본 건전성 확보 유도에 있는 만큼 규제는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충분히 감내 가능한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최근 인구 구조의 변화가 신규 수요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구 고령화, 출산율 감소로 인해 전체적인 보험시장 성장은 둔화되고 있지만, 인구 구조의 변화는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및 노인층은 의료보험이나 연금, 요양보험에 대한 수요가 높으며, 다양화된 가구 형태는 그만큼 수요 다변화로 이어진다. 최근 한 차례 논란이 된 국민연금 고갈 우려는 민간 보험사의 연금보험에 대한 관심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상품 수요에 대한 빠른 대응은 한화생명처럼 충분한 상품 설계 역량을 보유한 대형 생명보험사에 유리하다고 판단된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다. 이를 역으로 말해 보면 골짜기가 깊으면 깊은 만큼 산이 높을 수도 있다. 지금 생명보험사의 업황이나 시장에서 판단하는 기업가치(주가)는 골짜기 한가운데에 있다. 몇몇 우려 요인(안개)만 걷히고 나면 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특히 한화생명의 주가는 국고 5년물 금리가 연 1.2%대에 불과했던 2016년보다도 10%포인트 이상 낮은 만큼 반등의 여지 또한 매우 클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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