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정상회담 장소로 애용…빈서 이란 핵합의 2015년 타결돼
빈에 북미 외교공관 있고 오스트리아 중립국인 점도 고려된듯
북미협상 장소 왜 '빈'인가…냉전시대 화해·타협 상징성 지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조건부 영변 핵시설 폐기 용의를 밝힌 남북 평양 공동선언이 채택되자마자 미국이 북미 실무담판 장소로 오스트리아 빈을 지목했다.

북한이 아직 수용여부를 밝히지 않았으나 꺼릴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조만간 북미 '빈 담판'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왜 교착 상태의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장소로 빈을 선택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우선 역사적, 상징적, 실질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장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은 과거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정상회담 장소로 종종 이용됐으며 화해와 타협을 이룬 상징성이 제법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961년 빈에서 역사적인 미소 정상회담을 열었다.

1979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빈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의 탈퇴로 상황이 복잡해지기는 했으나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 6개국과 이란 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장기간 협상을 거쳐 2015년 최종 타결된 곳도 바로 빈이다.

그럼에도 북미 협상이 빈에서 열린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선 북미 양측이 빈에서 협상을 통해 새로운 관계 설정으로 이어진다면, 빈은 또 하나의 세기적인 화해와 타협을 만든 곳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핵 검증을 담당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빈에 자리 잡은 점도 미국의 선택을 받은 까닭일 수 있다.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에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명시된 만큼 IAEA 등이 있는 빈에서 북미 실무담판을 시작하는 게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비핵화 검증·사찰을 중시하는 미국으로서는 북한과 협상 과정에서 IAEA 등과 수월하게 협력할 수 있고, 실질적인 사찰 절차가 진행되면 신속하게 팀을 구성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평양공동선언 환영 성명에서 "남북 정상이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며 향후 IAEA의 역할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아울러 빈에 북한과 미국의 대사관이 주재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가 서방에 속해 있으면서도 중립국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미대화는 뉴욕 유엔본부,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지에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도 개최됐다.

이들 도시는 대부분 북미 양국이 대사관이나 대표부를 뒀거나 그간 북한과도 일정한 외교관계를 유지해온 특징을 빈과 공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