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많은데 당장 할 게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3차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다섯 가지 내용의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철도·도로 연결 사업의 연내 착공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경제공동특구 조성, 산림 협력, 보건·의료 협력 등이다. 하지만 이 중 ‘이건 확실히 시행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5호는 대북 투자와 합작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2087호는 대량 현금의 대북 유입을 금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금강산관광도 대규모로 하려면 전기, 통신 등 투자가 있어야 한다”며 “현 제재 안에서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20일 브리핑에서 “경제협력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 문제가 풀려야 한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정부는 일단 경협에 대한 ‘밑작업’ 차원의 북한 실태 조사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 철도에 대한 공동조사를 가까운 시일 안에 할 예정이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북측 구간에서 끊긴 부분이나 시설 보수가 필요한 부분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국토부는 지난달에도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를 하려 했으나 유엔사령부가 사전 통보 절차 위반을 이유로 불허해 무산됐다. 다시 신청할 때는 절차 규정을 잘 지키고 물자 교류 등이 없으리란 점을 확실히 하면 유엔사로부터 조사를 승인받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보건·의료 협력을 위한 북한 감염병 등 실태 조사도 조만간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론 국제사회와 물밑 협상도 진행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인도적 지원 측면의 협력은 제재에 저촉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사업 시행이 가능한지 국제사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