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부품사, 글로벌 기업 인수 '이례적'
마그나의 유압제어 사업부문
지난해 1조6000억 매출 올려
'초대형 계약' 한온시스템
"전장 부품사업 대폭 강화"
인수작업 내년초 마무리 할 듯
한온시스템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마그나의 유압제어 사업부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마그나의 유압제어 사업부문은 자동차의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동력전달체계) 온도를 낮추는 데 필요한 펌프와 전동 쿨링팬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유럽과 북미, 아시아 지역에 걸쳐 4200여 명의 직원과 10개의 생산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주요국 경쟁당국 등의 승인을 받아 내년 초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온시스템이 인수하기로 한 마그나의 유압제어 사업부문은 전동 냉각수 펌프와 전동 쿨링팬, 전동 변속기 오일펌프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이다. 이번 인수가 최근 자동차 전장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한온시스템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온시스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은 “마그나의 유압제어 사업부문은 내연기관 차량은 물론 친환경차에 모두 적용되는 선도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동차 공조 및 열·에너지 관리 솔루션 업체로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보쉬와 일본 덴소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는 미국의 ‘빅3’ 완성차 업체인 포드 제너럴모터스 피아트크라이슬러와 BMW 폭스바겐 푸조 등 유럽 완성차 업체에도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이번 인수를 통해 마그나가 신뢰를 쌓아온 글로벌 고객사를 이어받아 거래처를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그나는 세계 23개국에 236개 생산시설과 63개 R&D센터를 갖고 있다. 직원 수는 약 13만9000명이다. 마그나는 2011년부터 친환경차 파워트레인 개발에 4억4100만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이 이번 인수를 통해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의 기술력은 물론 우수한 연구 인력까지 확보해 글로벌 부품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온시스템은 차량용 난방·환기·공조장치(HVAC)를 비롯해 열교환기, 엔진·변속기 냉각장치 등 각종 자동차용 공기·열관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 27%, 유럽 31%, 북미 16%, 중국 16% 등으로 글로벌 매출 비중을 다변화했다. 중국과 미국의 자동차 시장이 어려워도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판매량을 늘려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췄다는 얘기다.
차량 판매량이 급감한 중국에선 현대·기아차에만 의존하지 않고 거래처를 늘려 수익성을 유지했다. 한온시스템의 중국 내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는 60%로 다른 부품사들에 비해 작은 편이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약 5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꾸준한 R&D 투자도 한온시스템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R&D 집약도(매출 중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는 올 2분기 기준 4.9%에 달한다. 독일 자동차 부품사(4.5%)와 비슷한 수준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