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업체·금융기업·기술기업 등 감원 확산 추세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감원에 착수할 조짐을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인건비 상승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을 겪는 중국 기업들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관세 폭탄'과 해외 주문 감소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감원이나 공장 해외이전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중심지인 광둥(廣東) 성 둥관(東莞)에서 신발 공장을 운영하는 양샤오잉은 지난해 200명이었던 공장 직원을 올해 들어 150명으로 줄였다.
2003년 문을 연 양 씨의 공장은 한때 800명의 직원을 거느렸으나, 지금은 해외 수요 감소 등으로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같은 지역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하는 시에쉐셩은 주문 감소와 인건비 상승을 견디다 못해 베트남 호찌민 시로 공장을 이전했다.
둥관에는 샘플 개발을 위한 숙련공 40명만 남겨뒀다.
시에 씨는 "갈수록 많은 중소기업이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과 종업원 사회복지비용 증가로 감원에 나서고 있다"며 "많은 수출 제조업체들의 주문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중국 중소기업들은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으로 해외 주문이 줄어든 데다 위안화 약세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인건비, 세금, 전기료, 임대료 등마저 오르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시에 씨는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이 동남아로 향하면서 갈수록 많은 의류 기업들이 인건비가 싼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며 "나도 이러한 추세를 거스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중소 제조업체, 기술기업, 금융기업 등의 해고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의 공식 실업률은 수십 년째 4∼5%를 유지하는 것으로 공표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 금융기업 임원은 "주식시장 약세로 펀드 수익률이 저조한 탓에 우리 회사의 경우 광저우(廣州) 지사의 인력을 600명에서 200명으로 줄였다"며 "임원들의 기본급도 30∼70%나 깎였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많은 민간기업이 의존하는 비공식적인 '그림자 금융'이 위축되면서 중소 금융기업은 갈수록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며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로 인해 투자자 심리는 바닥 수준"이라고 전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에 더해 중국 정부가 벤처캐피털 기업에 대한 세금을 기존의 20% 일괄 세율에서 5∼35% 누진세율로 바꾸면서 중국의 기술기업들도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광저우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 회사를 운영하는 조너선 위는 "최근에는 모든 벤처캐피털 기업이 투자에 극도로 신중한 모습"이라며 "정부의 세제 변경으로 인해 기술기업의 경영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