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의 家톡] 전원주택 짓기 전에 맨홀 뚜껑 읽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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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위 맨홀 뚜껑을 열어 봐라
전원주택 초심자는 대부분 집터의 땅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살면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래서 고수는 땅바닥부터 훑는다.
전원주택 단지를 제대로 조성하려면 도로를 따라 5∼6종류의 관을 깔아야 한다. 상수·하(오)수·우수·전기·통신·가스관이다. 개별적으로 조성한 택지는 가스관을 묻지 않고 액화석유가스(LPG)통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화된 전원주택지는 공용 LPG 탱크를 묻은 뒤 도시가스와 같은 시스템으로 가구별 가스관을 땅속에 매설하기도 한다.
땅속 1m 깊이에 묻힌 기반 시설이 살아가면서 편안하게 발을 뻗고 잘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가장 기초적인 안전장치인데도 단지에 와서 이걸 물어보는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땅값만 먼저 따진다. 땅값의 진정한 가치는 입지도 중요하지만 이런 기반 시설의 충실도에 달려 있다. 많은 수요자가 이걸 간과하니까 업자들은 이런 데 돈을 쓰지 않는다.
가장 쉽게 이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도로 위에 있는 맨홀이다. 맨홀 뚜껑에는 매설한 관의 종류가 모두 표기돼 있기 때문에 종류별로 배치가 어떻게 돼 있는지만 봐도 기반 시설을 제대로 깔았는지 알 수 있다. 도로 개설공사를 하기 전에 가장 먼저 가스관을 깐다. 나중에 굴착공사를 하다가 가스관을 건드리면 대형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에 가장 먼저, 가장 깊게 묻는다. 만약 가스관이 도로 오른쪽에 묻히면 전기선은 왼쪽으로 간다. 혹시 있을 수 있는 가스 누출 시 전기선에 불이 붙어 폭발할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통신선은 전기장에 의한 간섭효과를 막기 위해 전기선과 반대로 묻는다. 따라서 가스·통신선이 같은 라인으로, 전기선이 반대편에 깔리는 것이 정석이다. 그 중간으로 우수·상수·하수관을 넣는다.
이런 기본적인 매설 원칙을 알고 나면 전원주택 단지를 분양하는 상담사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는다. 도시에 살다가 전원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 난방 연료의 문제다. LPG는 도시가스에 비해 가격이 약 3배 비싸지만 열량이 높아 열효율을 감안한 가격지수는 1.5∼2배 수준(지역별 차이가 있음)이다.
입주 후에 도시가스가 들어온다고 하는 단지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단지 내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까지 돼 있고, 도로 어디에도 가스관을 미리 매설한 흔적이 없다면 이런 단지에 도시가스가 들어올 수 있을까. LPG 탱크를 설치하고 가스관을 매설한 단지에서는 나중에 도시가스관을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불가능한 얘기다. 도시가스 공급 주체인 가스회사에서 시공과정을 관리, 감독하지 않은 가스관은 도시가스관으로 사용할 수 없다. 지금 당장 공급하지도 않는 단지에 가스관을 미리 매설해 주는 경우도 없다.
◆ 분양가의 함정…건폐율을 따져봐라 도량형 단위가 미터법으로 법제화된 지 꽤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일상에서는 평(坪)단위 개념이 익숙하다. 그래서 땅값도, 건축비도 평당 얼마라고 해야 감이 잡힌다. 이런 고정관념을 역으로 노리는 상술에 분양가의 함정이 있다. 원칙적으로 대지의 분양가는 완성된 땅값, 즉 이용 가능한 상태에서의 가격이 정답이다. 그래서 땅값은 이용가치로 매긴다. 땅값의 이용가치를 좌우하는 5대 요소는 용도, 입지,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바닥면적 비율),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연면적의 비율), 기반시설이다. 용적률이 100%인 주거지역 대지와 1000%인 상업지역 대지 가격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것은 그 땅 위에 올릴 수 있는 건축물의 높이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원주택지는 대부분 2층 이하로 건축되기 때문에 용적률은 의미가 없다. 1필지 규모가 330㎡(약 100평) 내외인 전원주택지에 땅 면적만큼(100%) 건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원주택 대부분은 허용 용적률 이하로 건축된다. 주택지라는 용도는 거의 같다.
대부분의 수요자가 간과하는 것이 건폐율이다. 건폐율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바닥면적의 비율을 뜻한다. 전원주택지의 90%는 용도분류상 관리지역 임야 또는 도시지역 자연녹지를 개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도시개발사업(택지개발지구) 택지 공급이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직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가격으로 따지면 도시개발사업 택지, 도시지역 자연녹지, 관리지역 전답·임야의 순서로 가격이 내려간다. 값이 싸질수록 도시적 편의시설이 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부동산에 문외한인 일반 수요자도 여기까지는 감안해서 판단한다. 그런데 전원주택에서 건폐율과 땅 가치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도시개발사업 택지, 도시지역 자연녹지, 관리지역 임야의 건폐율은 각각 50%, 20%, 40%로 차이가 있다. 똑같이 330㎡의 대지를 분양받았다고 할 때 땅의 가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도시개발사업 택지의 이용가치를 100으로 보았을 때 건폐율 기준으로 보면 자연녹지는 40%, 관리지역 임야를 개발한 대지는 80%의 이용가치가 있다. 바닥면적 30평의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서 필요한 땅은 도시개발사업 택지는 60평, 자연녹지는 150평, 관리지역 임야는 75평이다. 단위면적당 지을 수 있는 집의 크기가 이용가치를 좌우한다. 분양가가 3.3㎡(평)당 100만원인 자연녹지 대지는 건축면적 기준으로 볼 때 250만원에 분양하는 도시개발사업 택지와 이용가치가 같다는 얘기다. 물론 자연녹지가 넓은 마당을 확보한다는 부수적인 이점은 있지만 원하는 면적의 집을 짓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넓은 땅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
전원주택 단지를 제대로 조성하려면 도로를 따라 5∼6종류의 관을 깔아야 한다. 상수·하(오)수·우수·전기·통신·가스관이다. 개별적으로 조성한 택지는 가스관을 묻지 않고 액화석유가스(LPG)통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화된 전원주택지는 공용 LPG 탱크를 묻은 뒤 도시가스와 같은 시스템으로 가구별 가스관을 땅속에 매설하기도 한다.
땅속 1m 깊이에 묻힌 기반 시설이 살아가면서 편안하게 발을 뻗고 잘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가장 기초적인 안전장치인데도 단지에 와서 이걸 물어보는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땅값만 먼저 따진다. 땅값의 진정한 가치는 입지도 중요하지만 이런 기반 시설의 충실도에 달려 있다. 많은 수요자가 이걸 간과하니까 업자들은 이런 데 돈을 쓰지 않는다.
가장 쉽게 이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도로 위에 있는 맨홀이다. 맨홀 뚜껑에는 매설한 관의 종류가 모두 표기돼 있기 때문에 종류별로 배치가 어떻게 돼 있는지만 봐도 기반 시설을 제대로 깔았는지 알 수 있다. 도로 개설공사를 하기 전에 가장 먼저 가스관을 깐다. 나중에 굴착공사를 하다가 가스관을 건드리면 대형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에 가장 먼저, 가장 깊게 묻는다. 만약 가스관이 도로 오른쪽에 묻히면 전기선은 왼쪽으로 간다. 혹시 있을 수 있는 가스 누출 시 전기선에 불이 붙어 폭발할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통신선은 전기장에 의한 간섭효과를 막기 위해 전기선과 반대로 묻는다. 따라서 가스·통신선이 같은 라인으로, 전기선이 반대편에 깔리는 것이 정석이다. 그 중간으로 우수·상수·하수관을 넣는다.
이런 기본적인 매설 원칙을 알고 나면 전원주택 단지를 분양하는 상담사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는다. 도시에 살다가 전원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이 난방 연료의 문제다. LPG는 도시가스에 비해 가격이 약 3배 비싸지만 열량이 높아 열효율을 감안한 가격지수는 1.5∼2배 수준(지역별 차이가 있음)이다.
입주 후에 도시가스가 들어온다고 하는 단지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단지 내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까지 돼 있고, 도로 어디에도 가스관을 미리 매설한 흔적이 없다면 이런 단지에 도시가스가 들어올 수 있을까. LPG 탱크를 설치하고 가스관을 매설한 단지에서는 나중에 도시가스관을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불가능한 얘기다. 도시가스 공급 주체인 가스회사에서 시공과정을 관리, 감독하지 않은 가스관은 도시가스관으로 사용할 수 없다. 지금 당장 공급하지도 않는 단지에 가스관을 미리 매설해 주는 경우도 없다.
◆ 분양가의 함정…건폐율을 따져봐라 도량형 단위가 미터법으로 법제화된 지 꽤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 일상에서는 평(坪)단위 개념이 익숙하다. 그래서 땅값도, 건축비도 평당 얼마라고 해야 감이 잡힌다. 이런 고정관념을 역으로 노리는 상술에 분양가의 함정이 있다. 원칙적으로 대지의 분양가는 완성된 땅값, 즉 이용 가능한 상태에서의 가격이 정답이다. 그래서 땅값은 이용가치로 매긴다. 땅값의 이용가치를 좌우하는 5대 요소는 용도, 입지,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바닥면적 비율),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연면적의 비율), 기반시설이다. 용적률이 100%인 주거지역 대지와 1000%인 상업지역 대지 가격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것은 그 땅 위에 올릴 수 있는 건축물의 높이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원주택지는 대부분 2층 이하로 건축되기 때문에 용적률은 의미가 없다. 1필지 규모가 330㎡(약 100평) 내외인 전원주택지에 땅 면적만큼(100%) 건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원주택 대부분은 허용 용적률 이하로 건축된다. 주택지라는 용도는 거의 같다.
대부분의 수요자가 간과하는 것이 건폐율이다. 건폐율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 바닥면적의 비율을 뜻한다. 전원주택지의 90%는 용도분류상 관리지역 임야 또는 도시지역 자연녹지를 개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도시개발사업(택지개발지구) 택지 공급이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직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가격으로 따지면 도시개발사업 택지, 도시지역 자연녹지, 관리지역 전답·임야의 순서로 가격이 내려간다. 값이 싸질수록 도시적 편의시설이 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부동산에 문외한인 일반 수요자도 여기까지는 감안해서 판단한다. 그런데 전원주택에서 건폐율과 땅 가치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도시개발사업 택지, 도시지역 자연녹지, 관리지역 임야의 건폐율은 각각 50%, 20%, 40%로 차이가 있다. 똑같이 330㎡의 대지를 분양받았다고 할 때 땅의 가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도시개발사업 택지의 이용가치를 100으로 보았을 때 건폐율 기준으로 보면 자연녹지는 40%, 관리지역 임야를 개발한 대지는 80%의 이용가치가 있다. 바닥면적 30평의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서 필요한 땅은 도시개발사업 택지는 60평, 자연녹지는 150평, 관리지역 임야는 75평이다. 단위면적당 지을 수 있는 집의 크기가 이용가치를 좌우한다. 분양가가 3.3㎡(평)당 100만원인 자연녹지 대지는 건축면적 기준으로 볼 때 250만원에 분양하는 도시개발사업 택지와 이용가치가 같다는 얘기다. 물론 자연녹지가 넓은 마당을 확보한다는 부수적인 이점은 있지만 원하는 면적의 집을 짓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넓은 땅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광훈 <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