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1일 3% 넘게 하락했다. 이번엔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 하향이 발단이 됐다. 업계 1위 삼성전자가 공급량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나오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불거지는 업황 고점 논란에 반도체주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나뉜다.
반도체 다운사이클 시작?… SK하이닉스 '흔들'
◆마이크론, 실적 전망 하향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2400원(3.03%) 내린 7만6700원에 마감했다. 3% 이상 급락한 것은 지난 7일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매도 보고서로 3.68% 떨어진 뒤 2주 만이다. 삼성전자는 150원(0.32%) 오른 4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D램업계 2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 6~8월(2018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84억4000만달러(약 9조4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늘었다. 영업이익은 43억7700만달러(약 4조9000억원)로 75% 증가했다. 괜찮은 실적이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와 산업용은 물론 모바일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까지 모든 주요 부문에서 기록적인 매출을 올렸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9~11월) 매출 전망을 시장 예상(84억5000만달러)보다 낮은 79억~83억달러, 주당순이익(EPS)도 예상치(3.06달러)를 밑돈 2.87~3.02달러로 제시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시간 외 거래에서 5.15%까지 올랐던 주가는 곧바로 수직 낙하해 7.06% 떨어진 42.81달러로 마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실적 전망 하향은 반도체 업황이 꺾였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부진한 반도체주 주가

반도체주 투자자들은 지난해 최고의 해를 보냈다. 마이크론 주가는 작년 88% 뛰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각각 71%와 41% 상승했다. 하지만 올 들어선 업황 고점 논란이 커지며 힘을 못 쓰고 있다. 올해 12% 올라 한국 업체보다 상황이 나은 마이크론도 5월 고점(62.57달러) 대비로는 26%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승률이 0.3%에 불과하고,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7.0%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2년 넘게 이어져온 반도체 호황이 막바지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D램 가격이 계속 내려가는 점도 불안을 키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PC D램은 전체 D램 수요의 11% 수준이지만, PC D램 가격이 떨어지면 서버 D램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D램 현물 가격이 고정 가격에 앞서 움직이는 점을 감안하면 고정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업황에 대한 시각은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으로 인한 실적 둔화는 마이크론에만 해당하는 개별 이슈”라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의 이익 호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에서의 폭발적인 반도체 수요 증가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설명이다. 반면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업황이 이미 고점을 지났다”며 “내년 중반까지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업체들의 비트 그로스를 눈여겨보고 있다. 비트 그로스는 반도체 개수가 아니라 비트(bit)를 기준으로 계산한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을 말한다. 블룸버그는 이날 삼성전자가 내년 비트 그로스를 D램은 20% 미만, 낸드는 30%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올해 삼성전자 비트 그로스는 D램 20%, 낸드 40%로 추정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