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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판결] '회사 위한 일'이라는 말에 등본 빌려줬다가 증여세 34억 때려맞은 중소기업 사장 지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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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의 대표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은 지인들이 세무당국으로부터 34여억원의 증여세를 부과받았다가 소송을 통해 돌려받게 됐다. 중소기업 대표들이 명의신탁을 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세무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지침서로서 판결이 될 전망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최근 중소기업 대표 이모씨의 지인 4명이 동대문 강동 고양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취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사건의 시작은 회사를 설립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등산용 지팡이 등 레저용품을 제작하는 Y중소기업의 대표 이모씨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발행 주식 1만주 가운데 40%인 4천주를 자신의 명의로 하고 나머지 60%는 지인 3명에게 나눠서 명의신탁했다. 2001년 7월 23일 이전에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상법상 규정에 따라 발기인 수 3인 이상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씨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유상증자와 몇 차례의 명의신탁자 변경을 통해 자신의 지분을 49% 선으로 유지해왔다. 세무당국은 이 과정에서 조세회피를 위한 명의신탁이 이뤄졌다고 보고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받은 원고 A, B, C에 대해 약 18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부과했다. 새로운 명의신탁자였던 D씨에게는 주식양수에 따른 증여세 16여억원을 부과했다.

    이씨의 지인 A, B, C, D 4명은 이에 불복해 2016년 조세심판청구를 제기했으나 기각당했다. 이후 법무법인 광장 조세팀의 김명섭 이건훈 변호사를 선임해 본격 소송에 나섰다.

    원고 측은 명의신탁 당시 이씨와 명의신탁을 받은 사람들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합의 또는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는 증여세 부과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발기인 3명을 충족하기 위해 명의신탁을 한 것이므로 애초에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변론했다.

    1심 재판부는 회사의 직원이나 배우자였던 원고들이 주식 신탁에 대해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이씨와 원고들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만일 배당이 이뤄졌다면 명의신탁을 해 지분을 50% 전후로 유지한 이씨가 배당소득으로 인한 최고 종합소득세율의 적용을 피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이유를 근거로 조세회피 목적을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제5행정부(부장판사 배광국)는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우선 2심은 원고들이 주민등록등본 외에 인감도장이나 인감증명서를 이씨에게 교부하진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회사에 필요한 일’이라는 이씨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합의 없이 명의신탁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2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 조세회피 목적도 아니라고 봤다. Y중소기업이 단 한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배당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배당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이씨가 100%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종합소득세율의 적용 구간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세당국의 과세 처분을 모두 취소해야 한다고 재판부는 결정했다. 대법원도 최종 판단도 2심과 다르지 않았다.

    해당 사건을 승소로 이끈 김명섭 광장 변호사(53·사법연수원 27기)는 “명의신탁 과정에서 조세 회피 목적이 없었음에도 과세를 당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조세 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것은 명의신탁 명의자가 증명해야하는 만큼 면밀한 법적 지원과 검토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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