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회사 채팅방 대화명 바꿔라' 사생활 침해일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스마트폰 보급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물론 모바일 메신저가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된지 오래다.
최근 한 회사에서 업무용으로 '단체 카카오톡 메신저 채팅방(이하 단톡방)'을 개설하면서 직원들에게 대화명을 실명으로 바꾸라고 요구한 일로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회사 대표는 공지를 통해 "아직도 회사 단톡방에 프로필 이름을 자기 이름으로 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서 "회사 단톡방이니만큼 신분 확인할 수 있도록 자기 이름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한다.
다른 직원들이 "확인했다"고 답을 하는 순간 신입사원 A씨는 "실례지만 단톡방에 닉네임을 이름으로 바꾸려면 메인 프로필을 바꿔야 한다. 개인 SNS의 닉네임을 회사에서 규제할 수 없지 않느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대표는 짐직 화가 난든 "당신 누구냐"고 물었고 A씨는 "○○팀 ○○○다"라고 답한다.
대표는 이어 "내가 당신을 누군지 모르겠다는데 이게 말이 되냐"면서 "다른 지점에서도 닉네임을 보고 ○○○인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이에 A씨는 "단톡방은 개인 프로필을 이용해 대화해야 하고 그렇다면 개인 사생활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대표는 이에 대해 "개인적인 입장이 너무 강하다"고 지적하고 A씨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고 기본적인 것이다"라고 맞섰다.
이에 대표는 "언어선택을 잘 하라"면서 "이럴거면 단톡방에서 나가라"고 강경한 입장을 취한다.
A씨는 "닉네임을 변경하게 하고 싶으면 오픈톡방을 열었으면 어땠겠느냐"고 반박해 보지만 대표는 "더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내 방으로 오라"고 분노를 표했다.
이 일 이후 A씨는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A씨는 "회사 전용 메신저도 있었는데 왜 사원에게 SNS를 컨트롤하려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면서 "이런 고발은 사회 인권신장을 바라고 쓴 글이지 특정 회사나 인물을 겨냥해 불매하거나 모욕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은 "내가 저 직원이면 사표 던졌고, 내가 저 사장이면 직원 해고했을 듯. 사회생활 참 못하", "드라마를 너무 본 것 아닌가. 저런말 할 때는 찾아가서 일대일로 얘기해야지 단톡방에서 오너 위신을 저해시키는 것은 어떤 오너도 용납 못 한다", "분명 맞는 소린데 같이 일하기는 싫은 스타일", "카톡방만 업무용으로 8개가 있는데 아침7시부터 미친듯이 울려 짜증난다", "통신비 일체 지원하거나 업무용 휴대전화 제공한 거 아니면 사생활 침해다"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같은 대표의 지시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할까.
법을 잘 알지 못하는 '법알못'을 위해 조기현 변호사가 법 조항을 찾아봤다.
조 변호사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의 범용성에 비춰봤을때, 카톡상 프로필명 설정은 '인격권에서 도출되는 성명권' 또는 '사생활의 자유'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므로 이를 수정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면서 "카톡 프로필명 수정의 강요는, 협박으로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324조 강요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성명권 및 사생활의 자유의 침해로 인한 민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 사례가 계기가 되어서, 근로자에게 해고나 징벌등이 이뤄지는 경우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등에 해당하여 사측이 여러가지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SNS 메신저는 언제 어디서나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퇴근 후 업무지시가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6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시간 외에 카톡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지시를 내리는 것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4월과 7일에는 국민의당 손금주, 이용호 의원이 각각 카톡(카카오톡)금지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도움말=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