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9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유니세프와 WFP(세계식량계획)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WFP의 아동·임산부 대상 영양강화 식품 제공 사업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의 아동·임산부 대상 백신 및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지원 사업에 350만 달러 등이다.
정부는 공여 결정 당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 추진한다"면서도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때만 해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거듭되면서 대북 여론이 극도로 나빴기 때문에 정부가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북한이 올해 들어 도발을 중단하는 것을 넘어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까지 열리면서 한반도 정세가 크게 달라졌지만, 정부는 아직도 이를 집행하지 않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초 신속한 대북인도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하면서 우리 정부의 국제기구 공여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이 또한 빗나갔다.
유엔의 가이드라인은 대북제재에 해당하는 물자를 인도적 목적으로 북한에 반입하기 위한 것이어서, 원래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물자를 지원하려는 우리 정부의 계획과는 관계가 없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3일 "앞으로 전반적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적절한 시점에 국제기구 공여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반도를 둘러싼 분위기가 호전됐지만, 미국이 여전히 대북 압박의 강도를 낮추지 않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이 여전히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주요한 고려 변수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내 여론이 남북화해에는 우호적이지만 인도적 목적일지라도 북한에 물자가 들어가는 데 대해선 상당히 부정적인 점도 정부의 공여 결정을 늦추는 요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