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스쿠터 돌풍을 몰고 온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라임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달에만 2명의 이용자가 사망하면서 전기스쿠터에 강력한 안전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라임의 전기스쿠터를 타던 남성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여 숨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 남성은 사고 당시 헬멧을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이은 두 번째 사망사고다.

라임은 전기스쿠터 임대 사업으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전기스쿠터는 퀵보드와 비슷한 외관에 모터가 달려 있어 무게가 가볍고 속도도 빠른 1인용 이동수단이다. 라임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비용을 지급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전기스쿠터를 빌릴 수 있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용을 마친 스쿠터를 업체가 알아서 수거하므로 사용자가 일일이 반납장소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

라임은 글로벌 벤처투자사들로부터 떠오르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7월 라임은 구글과 우버 등으로부터 3억3500만달러(약 3700억원)를 투자받았다. 누적 투자액은 7억 달러(약 7800억원) 이상이다. 라임은 거액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미국 25개 주뿐만 아니라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 등 유럽에까지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라임의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라임뿐만 아니라 전기스쿠터 업계 전체에 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헬멧 착용 의무화다. 현재 미국에서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전기스쿠터를 타는 것은 불법이지만, 기존 교통수단만큼 엄격하게 단속하진 않는다. 이러한 규제마저도 곧 폐기된다. 지난 19일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2019년부터 성인들이 전기스쿠터를 사용할 시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규제를 크게 완화됐다. 하지만 법안 통과 후 이틀 만에 헬멧 미착용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캘리포니아 정부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헬멧 착용을 다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스쿠터 전용 차선을 설치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기스쿠터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도시 응급실에서 전기스쿠터를 타다 부상을 입은 환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일부 도시들은 안전성을 문제로 일찌감치 전기스쿠터 사업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부터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도시는 자유롭게 허용하던 전기 스쿠터 대여 사업을 허가제로 바꿨다. 라임의 본거지로 꼽히는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도 최근 가동할 수 있는 전기 스쿠터를 업체별로 최대 3000대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시범 프로그램 운영안을 승인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