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핵신고-종전선언' 빅딜조율 주목…2차북미정상회담 향배 가를듯
폼페이오 "특정시설·무기시스템 대화 진행"…미, 일단 제재·압박 병행
트럼프 유엔총회 북핵외교전…김정은'+α'에 대한 응답이 분수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무대로 숨 가쁜 '북핵 외교전'에 나선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 극적 돌파구가 마련된 가운데 '슈퍼 위크'인 이번 한 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메시지가 2차 북미정상회담 조기 개최 및 연내 종전선언 성사 여부 등 이후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 로드맵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24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논의한 '플러스알파(α+)'에 대한 보따리가 이 자리에서 풀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유엔총회 북핵외교전…김정은'+α'에 대한 응답이 분수령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기간 24일 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며, 25일에는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192개 회원국 대표들을 상대로 연설한다.

26일에는 이란 문제와 핵무기 등 대량파괴무기의 비확산, 시리아와 영국에서의 화학무기 공격 등을 다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를 주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1년 전 유엔총회 데뷔무대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로켓맨이 자살 임무를 하고 있다"며 '완전한 파괴'를 언급하고, 그 직후 김 위원장이 직접 발표한 성명에서 '노망난 늙은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불을 놓는 등 북미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던 것에 비춰보면 그사이 분위기가 180도 반전되는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정상회담 이후 연일 긍정적 메시지를 발신해온 가운데 이제 시선은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평양 빅딜'의 결과물, 즉 김 위원장의 '플러스알파' 메시지와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 그리고 한미간의 조율 결과에 쏠린다.

'플러스알파'에는 북미 간 공감대를 형성한 '트럼프 첫 임기(2021년 1월) 내 완료' 시간표에 맞춰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김 위원장의 로드맵과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받기 원하는 상응 조치가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김 위원장의 추가 메시지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언급한 '올바른 여건'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눈높이를 충족할 수 있느냐다.

미국이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줄곧 요구해온 핵 리스트 신고 등 진전된 초기 비핵화 실천조치가 담겼는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북한이 원하는 상응 조치에 종전선언 외에 제재완화도 포함됐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무부는 일단 선(先)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하며 선을 그은 상황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신고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 간에 복잡하게 얽힌 방정식을 풀고 절충을 이뤄내느냐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 그 이후의 절차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실타래가 순조롭게 풀리면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전 북미 정상의 2차 핵 담판과 함께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반대의 경우 북미 간 힘겨루기 속에 교착상태가 이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와 관련해 "우리는 특정한 시설들, 특정한 무기 시스템들에 관해 이야기해왔다"면서 "이러한 대화가 진행 중이며, 우리는 이 세계를 위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북한의 추가적 비핵화 실천조치에 대한 물밑 대화가 오가고 있음을 시사,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국제사회에 내놓을 대북 메시지는 전날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한 응답 성격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유엔총회 기간 이뤄질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회담과 이에 뒤이어 가동될 것으로 보이는 오스트리아 빈 채널을 통한 후속 조율도 구체적 2차 북미회담 시기 등 추진 일정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단 폼페이오 장관은 조기 방북 재추진 의사를 피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총회 기간 북한을 향한 대화 메시지뿐 아니라 대북제재에도 고삐를 조이며 압박도 병행, 기선제압을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구사할 방침이다.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장관급 회의가 27일 폼페이오 장관 주재로 열린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대북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수차례에 걸쳐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에서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은 바로 국내 여론이다.

여전히 미국 조야에서는 핵 폐기에 대한 확실한 담보 없이 종전선언 등 상응 조치를 내주는 데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23일 '트럼프, 유엔에서 북한과 관련한 전환점에 직면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간 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의 구두 약속을 전달받고 한국으로부터 북한과의 '평화 선언'에 서명하라는 압박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조기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 내 찬반양론을 소개했다.

찬성론자들은 종전선언이 이후 프로세스를 촉진할 '선의'의 조치가 되는 동시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의 외교적 유산'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반대론자들은 김 위원장에게 주한미군 및 미국의 핵우산 철수 요구 명분만 줄 뿐이라며 한국이 너무 서두른다고 우려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사설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진심 어리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들고 온다면 종전선언 같은 미국의 상응 조치가 적절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방적이고 타당하지 않은 양보를 서둘러 하는 일을 하지 않을 임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어졌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