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기념사에서 개혁보다 종교에 방점
사우디 왕세자, 이슬람 원칙 강조… 종교계 '반동' 의식한듯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23일(현지시간) 제88주년 건국절을 맞아 종교에 방점을 두는 기념사를 발표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낸 건국절 기념사에서 "사우디는 관용과 겸양의 종교엔 이슬람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사우디 건국 이후 가장 빠르고 파격적인 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인물이고, 지난해 건국절에는 사우디 발전과 미래를 강조한 점과 비교하면 다소 결이 다른 기념사로 볼 수 있다.

사우디는 알사우드 가문의 정치권력과 강고한 이슬람 원리주의인 와하비즘을 토대로 한 보수적 종교계의 연합 통치 체제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럼에도 무함마드 왕세자는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사우디의 강경 보수 종교계와 이에 따른 사회 관습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그는 올해 4월 미국 타임과 인터뷰에서 "와하비즘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냐"며 "사우디엔 수니와 시아만 있을 뿐 와하비즘이라는 게 애초부터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와하비즘은 새로움이 아닌 과거를 원하는 극단주의자들 또는 우리를 이슬람권에서 고립시키려는 이란이 추동한 것"이라며 "그자들은 사우디가 와하비즘에 납치되기를 바라면서 이를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부를 비판한 고위 성직자들이 테러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런 사우디 안팎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번 기념사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주도하는 급속한 개혁 정책에 대한 종교계의 '반동'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여성의 권리 증진, 기득권 타파 등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혁 드라이브'에 보수 종교계 일부에서 반발이 감지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또 기념사에서 "누구도 우리의 주권과 영토를 공격하도록 용납하지 않겠다"며 "극단주의, 테러리즘과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우디 정부가 언급하는 '테러리즘'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뿐 아니라 이란과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정부, 예멘 반군을 지목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