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전처가 몰래 세운 연대보증…법원 "무효"
지방 농촌 마을에 사는 김 모 씨는 지난해 어느 날 자택에 도착한 서류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이 10년 전 1천400만원의 채무에 연대보증을 섰다며 한 금융회사가 소송을 건 것이다.

금융회사가 상환을 요구한 채무액에는 연 24%의 이자가 붙었다.

생활보장수급자인 김씨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은 이와 같은 빚을 진 적이 없었다.

전후 사정을 알아본 결과 화근은 전 부인 A씨였다.

10년 전 김씨가 병원에 장기 입원한 사이 A씨가 김씨를 연대보증인으로 내세워 A씨 회사 차량을 산 것이다.

이들이 갈라서고 A씨 회사가 폐업하자 채무는 오롯이 김씨의 몫이 됐다.

김씨의 이혼 후 주소를 찾지 못한 금융회사는 채무 시효 만료 직전 그의 소재를 파악했고, 이제서야 돈을 갚으라며 소송을 냈다.

억울한 김씨는 법률구조공단 한창훈 공익법무관 등의 도움으로 대응에 나섰다.

김씨는 법정에서 당시 A씨가 자신의 신분증과 인감을 무단 도용한 만큼 돈을 갚을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금융회사 측은 부부가 일상적인 가사에 대해 서로를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만큼 A씨가 대신 맺은 연대보증 계약의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항소3부(송선양 부장판사)는 A씨가 인감 등을 대신 발급받는 등 부적법한 연대보증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며 계약을 무효로 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연대보증계약이 전 부인이 공동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통상 사무에 관한 법률행위라거나 부부 공동생활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체결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빚보증은 부인이 남편의 권한을 대신할 수 있는 일상적인 가사의 영역이 아니라고 밝혔다.

판결은 지난 7월 확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