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에 이용찬 선발 전환…시즌 초반 함덕주 마무리로 기용
특유의 선수단 강약 조절…'공정한 팀 내 경쟁' 유도
'유연한 곰' 김태형 두산 감독…과감한 결단으로 일궈낸 우승
2017년 한국프로야구 마지막 경기(한국시리즈 5차전)가 끝난 10월 30일 잠실구장.
김태형(51) 두산 베어스 감독은 '사령탑으로서의 첫 실패'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2015년 두산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2년 연속 마지막 경기에서 이겼다.

부임 첫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2016년에는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세 번째 시즌에도 두산은 잘 싸웠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KIA 타이거즈에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밀렸고, '패자'로 남았다.

2017년 한국시리즈 3차전, 5차전에서 두산 코치와 선수 사이에 사인 미스가 있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자세한 내용이 밖에 알려지지 않길 바라며 "승패는 감독 책임"이라고 했다.

그렇게 담담하게 한국시리즈를 마친 김 감독은 '유연하게' 2018시즌을 준비했다.

2017년 마무리로 시즌에 돌입한 뒤, 중간 계투로 이동한 이용찬을 2018년 선발로 쓰기로 했다.

2017년에 두산은 장원준, 유희관, 함덕주로 이어지는 막강한 토종 선발진을 유지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과감하게 보직 변경을 택했다.

불펜 강화를 위해 함덕주를 중간 계투로 옮기며 이용찬을 새로운 선발로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장원준, 유희관이 부진한 상황에서 이용찬은 팀 내 토종 투수 최다인 14승을 올렸다.

두산은 정규시즌 내내 독주 체제를 유지했다.

예상외 변수에 김태형 감독이 유연하게 대처한 덕이다.

시즌 시작 전 마무리로 택한 김강률이 부진하자, 김 감독은 시즌 초임에도 함덕주를 마무리로 내세웠다.

함덕주는 26세이브를 올리며 KBO리그에서 손꼽는 마무리로 성장했다.

장원준, 유희관의 부진이 길어지자 '영건' 이영하를 대체 선발로 기용했다.

이영하는 6차례 선발승을 거뒀다.

유재유, 현도훈 등 젊은 투수들도 한 차례씩 선발 등판 기회를 잡았다.

김태형 감독 특유의 '공정함'을 바탕으로 하는 '강약 조절'은 여전했다.

'실력 위주'의 선수 선발로 두꺼운 두산 야수진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베테랑을 예우하면서도 류지혁, 김인태, 김민혁 등 젊은 야수진을 기용하며 선수단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 스콧 반 슬라이크가 부진하자 아예 전력에서 배제하는 과감한 선택도 했다.

김재환, 양의지, 오재원, 허경민 등 기존 야수들은 개인 최고 성적을 올리며 한 단계 더 도약했고, '백업 멤버'였던 최주환은 두산 야수진의 핵심 멤버로 떠올랐다.

젊은 선수들도 기존 선수들에게 배우고, 또 경쟁하며 기량을 키웠다.

김태형 감독의 또 다른 장점은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다.

김 감독은 '단순한 주문'을 선호한다.

감독의 주문을 받은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알고 타석 혹은 마운드에 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 감독 주위에는 한용덕(현 한화 이글스 감독) 수석코치 등 베테랑 코치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 김 감독은 조인성, 조성환 등 젊은 코치들과 주로 호흡을 맞췄다.

'김태형 감독 중심의 야구'를 더 확실하게 펼치면서도 구단이 추천한 고토 고지 타격코치에게 상당한 역할을 부여했다.

1982년 KBO리그 원년 멤버인 두산은 올해까지 단일리그제에서 총 세 차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그중 두 차례를 김태형 감독이 일궈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