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미·북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차 미·북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북핵 문제를 놓고 중재외교를 펼친다.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소개한다.

[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스콧 스나이더 "북한, 대미관계 교량이자 방패로 한국 활용…굳건한 한·미관계 중요"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보다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남북경협, 긴장 완화, 비핵화 등 현안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 정상의 평양공동선언이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북한이 대미관계 개선을 위한 교량이자, 미국의 단호한 대북제재 요구에 대한 방패로 한국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를 위해 굳건한 한·미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지난 19일 ‘한국 지도자가 평화 증진을 위해 대담한 노력을 하다’와 24일 ‘평양선언: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 협력에 주는 시사점’을 통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이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간 긴장 완화, 남북 협력 확대, 비핵화로 가기 위한 조치 등의 성과를 내면서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성공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또 이같은 진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간 긴장 완화와 평화 공존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데 진지하다는걸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국제 전문가의 참관 아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과 발사대를 영구 폐기하기로 한건, 비록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는 거리가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의 핵심인 ‘검증(verification)’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은 북한이 고립에서 탈피해 세계 무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진지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담한 행보(bold move)’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남북한의 평양공동선언이 한·미 관계에도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한·미 군사훈련 축소나 한국 내 주한미군 주둔 비용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북이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모든 영역에서 서로 적대적인 행위를 중단’하기로한만큼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평양공동선언에서 제기되거나 제기될 수 있는 철도 연결, 개성공단 재개 같은 남북경협 프로젝트가 한·미간 갈등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미국이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는 대북제재 해제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이 정말 비핵화를 하기로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의문이며 이에 대한 평가가 한·미 관계에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남북미간의 ‘전통적 3각 관계’는 북한이 한쪽과 가까워지면 다른 한쪽을 비판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위한 ‘교량(bridge)’이자, 미국의 단호한 대북제재 요구에 대한 ‘방패(shiedl)’로 한국을 활용하려하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 비핵화가 어느정도 돼야 충분한지, 비핵화 시간표를 어떻게 가져가야할지에 대해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면 양국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북한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이 (대북 문제에 대해)단일한 전선을 유지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없이는 경제적 통합과 공영을 얻을 수 없다는걸 이해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