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6일 낮 12시2분

부동산신탁업의 신규 진입이 10년 만에 허용된다.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가 “부동산신탁업은 신규 진입을 통해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의 관리, 임대, 개발 등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일종의 종합 부동산 서비스업으로 최근 부동산 시장 활황에 힘입어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은행 중심 금융지주회사와 증권사뿐 아니라 비금융회사도 부동산신탁업에 뛰어들 채비에 나서 인가를 따내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켓인사이트] 10년 만에 문 열리는 부동산신탁… 미래에셋·한투·NH 등 '출사표'
◆“부동산신탁, 경쟁 충분치 않아”

금융위원회는 26일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를 통해 부동산신탁업 경쟁도를 평가한 결과 “부동산신탁은 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시장으로 경쟁도를 높이기 위한 진입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금융산업 진입규제 개편을 위해 지난 7월 외부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업권별 경쟁도를 평가해왔다.

부동산신탁 시장은 2009년 이후 신규 진입 없이 11개 업체가 유지돼왔다. 시장집중도를 측정하는 허핀달-허슈만지수(HHI)를 보면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2478로 생명보험(994), 증권(752)보다 각각 2.5배, 3.3배 장벽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형 신탁은 부동산 위탁 개발·운영을 하면서 투자나 금융 주선을 통해 자금 조달까지 맡는 업태다.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등 대형 4개사가 과점하고 있다.

단순히 토지를 위탁 관리하는 관리형 토지신탁의 HHI도 1236으로 다른 금융업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부동산신탁업의 신규 진입을 허용하기로 하고 다음달 구체적인 인가 추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규 인가 업체는 기존에 예상됐던 1~2곳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증권사 “황금알 낳는 거위”

부동산신탁업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다. 부동산신탁업이 수익성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판단에서다. 은행계 금융지주사 중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부동산신탁 자회사로 적잖은 순이익을 올리자 신한금융과 우리은행도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달 초 업계 6위인 아시아신탁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 중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아시아신탁 인수가 어려워지면 신규 신탁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주사 설립을 추진 중인 우리은행 역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부동산신탁회사, 자산운용사 등으로의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부동사신탁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에 달해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대형사뿐 아니라 KTB투자증권, 부국증권 등 중소형사도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중소형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NH금융지주도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금융회사까지…인가 경쟁 치열

비금융회사도 부동산신탁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패션 전문 회사인 LF그룹이 최근 국내 3위 부동산신탁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한 것처럼 비금융회사도 부동산신탁에 관심이 많다”며 “건설회사를 비롯해 신규 인가를 준비 중인 업체가 10여 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국내 11개 부동산신탁사의 올 상반기 영업수익은 588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1.9%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7.6% 증가한 2853억원이었다.

한편 평가위는 손해보험업계에 소액특화보험사를 많이 진입시켜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다음달부터 펫보험과 여행자보험처럼 생활 밀착형 소액특화보험사에 대해 적극적인 인가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수정/김순신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