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중국에도 뒤처지는 보험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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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보험상품 파는 일본
한국은 '갈라파고스 규제' 탓 제자리걸음
서정환 금융부 차장
한국은 '갈라파고스 규제' 탓 제자리걸음
서정환 금융부 차장
최근 일본 도쿄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호텔 방 안내책자 사이에 상품 전단지 두 장이 끼워져 있었다. 하나는 손보재팬닛폰코아, 하나는 도키오마린&니치도화재보험의 외국인 여행보험 상품이었다. 최대 1000만엔(약 1억원)까지 보상하고 보험료는 1일 760엔, 2일 1160엔으로 가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싸졌다. 외국인 전용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거나 QR코드로 웹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만 입력하면 가입이 가능했다. 연간 3000만 명에 이르는 방일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일본 보험사의 영업 현장 모습이다.
일본보다 적긴 하지만 올해 1600만 명의 외국인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은 어떤가. 중소형 보험사는 물론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국내 1·2위 보험사도 아직 호텔에서 이 같은 상품을 팔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다양했다. 금융당국은 올 들어서야 호텔에서 여행자보험 같은 소액 간편보험 판매를 허용했다. 보험사들은 단기 체류 외국인의 경우 보험 가입을 위한 외국인등록번호를 받기 힘들고, 가입 시스템 미비 등을 또 다른 이유로 들었다. 무엇보다 외국인 관광객 정보(빅데이터)를 활용해 손해율을 추산할 수 없다 보니 자칫 ‘밑지는 장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2년 전부터 팔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면 ‘후진성’을 인정하는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몇 년 전부터 확산되고 있는 인슈어테크(보험+테크) 분야 ‘한국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중·일 3개국만 놓고 봐도 보험산업이 뒤처져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손보재팬닛폰코아의 지주회사인 손보홀딩스는 그룹 전용 인공지능(AI) 센터를 구축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올초엔 무선통신을 통해 수집된 가입자 운전 정보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텔레매틱스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다이이치생명은 작년 7월 ‘성인병에 기초한 입원 가능성 및 입원일수’ 예측평가모델을 보험 언더라이팅(심사)에 적용해 보험 가입 가능 고객을 대폭 늘렸다.
여기까진 보험 선진국 일본 얘기지만 한국을 ‘롤 모델’로 삼았던 중국조차 한국을 앞서 가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업체인 앤트파이낸셜은 작년 6월 AI를 이용한 이미지 손해사정 시스템을 공개했다. 중안보험은 작년 3월 중국 온라인병원 예약·진료 플랫폼인 웨이이와 함께 중국 최초의 온라인병원 전용 실손보험을 출시했다.
한국 보험산업이 뒤처진 것은 보험사들이 갈라파고스에 갇혀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등한시한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보다는 보험사에 규제를 허물어주고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못한 탓이 크다. 중·일의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나 상품 출시 배경에는 여지없이 규제 완화가 있었다. 2015년 일본은 개인정보법을 개정해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생명보험사 서비스 개발과 맞물린 원격진료는 두 나라 모두 2~3년 전에 이미 풀렸다. 일본 금융청은 2015년부터 금융 관련 규제나 법령 해석을 4일 안에 처리하는 ‘핀테크 서포터 데스크’를 운영하고 작년부터는 ‘실증 허브’를 설치해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을 다녀온 한 보험사 임원은 “10년 전에는 중국 보험사들이 우리에게서 시스템을 배워갔는데 이제는 우리가 벤치마킹하러 중국에 간다”고 했다. 좀 더 늦으면 따라잡을 시간이 없다. 몇몇 상품과 서비스만 봐도 우리는 중·일에 최소 2년가량 뒤처져 있다. 더 이상 인슈어테크를 향한 보험사들의 몸부림을 규제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될 일이다.
ceoseo@hankyung.com
일본보다 적긴 하지만 올해 1600만 명의 외국인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은 어떤가. 중소형 보험사는 물론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국내 1·2위 보험사도 아직 호텔에서 이 같은 상품을 팔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다양했다. 금융당국은 올 들어서야 호텔에서 여행자보험 같은 소액 간편보험 판매를 허용했다. 보험사들은 단기 체류 외국인의 경우 보험 가입을 위한 외국인등록번호를 받기 힘들고, 가입 시스템 미비 등을 또 다른 이유로 들었다. 무엇보다 외국인 관광객 정보(빅데이터)를 활용해 손해율을 추산할 수 없다 보니 자칫 ‘밑지는 장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2년 전부터 팔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면 ‘후진성’을 인정하는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몇 년 전부터 확산되고 있는 인슈어테크(보험+테크) 분야 ‘한국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중·일 3개국만 놓고 봐도 보험산업이 뒤처져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손보재팬닛폰코아의 지주회사인 손보홀딩스는 그룹 전용 인공지능(AI) 센터를 구축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올초엔 무선통신을 통해 수집된 가입자 운전 정보를 보험료에 반영하는 ‘텔레매틱스 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다이이치생명은 작년 7월 ‘성인병에 기초한 입원 가능성 및 입원일수’ 예측평가모델을 보험 언더라이팅(심사)에 적용해 보험 가입 가능 고객을 대폭 늘렸다.
여기까진 보험 선진국 일본 얘기지만 한국을 ‘롤 모델’로 삼았던 중국조차 한국을 앞서 가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업체인 앤트파이낸셜은 작년 6월 AI를 이용한 이미지 손해사정 시스템을 공개했다. 중안보험은 작년 3월 중국 온라인병원 예약·진료 플랫폼인 웨이이와 함께 중국 최초의 온라인병원 전용 실손보험을 출시했다.
한국 보험산업이 뒤처진 것은 보험사들이 갈라파고스에 갇혀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등한시한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보다는 보험사에 규제를 허물어주고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못한 탓이 크다. 중·일의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나 상품 출시 배경에는 여지없이 규제 완화가 있었다. 2015년 일본은 개인정보법을 개정해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생명보험사 서비스 개발과 맞물린 원격진료는 두 나라 모두 2~3년 전에 이미 풀렸다. 일본 금융청은 2015년부터 금융 관련 규제나 법령 해석을 4일 안에 처리하는 ‘핀테크 서포터 데스크’를 운영하고 작년부터는 ‘실증 허브’를 설치해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을 다녀온 한 보험사 임원은 “10년 전에는 중국 보험사들이 우리에게서 시스템을 배워갔는데 이제는 우리가 벤치마킹하러 중국에 간다”고 했다. 좀 더 늦으면 따라잡을 시간이 없다. 몇몇 상품과 서비스만 봐도 우리는 중·일에 최소 2년가량 뒤처져 있다. 더 이상 인슈어테크를 향한 보험사들의 몸부림을 규제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될 일이다.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