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벌였던 ‘정보공개 공방’은 국가 핵심 기술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보호해야 하느냐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제시한 사건으로 꼽힌다. 기술 자체뿐 아니라 기술을 구현하는 공장의 설비 배치 등 부가적인 요소들까지 핵심 기술정보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26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세종이 기술에 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삼성 측을 대리해 법적 공방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월27일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가 고용부를 상대로 제기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심판에 대해 국가 핵심 기술과 삼성의 영업비밀을 공개해선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고용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공장 설비의 상세한 배치도와 각 설비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사용 실태 등을 포함시켜왔다. 하지만 고용부가 공장 6곳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세종은 보고서에 담긴 설비 배치도와 화학물질 사용 실태 정보가 중요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업이 오랜 시간 시행착오 끝에 최적화한 설비 배치 등도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핵심 기술이라는 점을 짚어냈다.

정창원 세종 변호사(사법연수원 39기)는 “제품 관련 기술은 제품 출시 후 상당 기간이 지나면 기술 분석을 통해 경쟁사가 이를 파악할 수 있지만, 공장 설비 배치 등은 외부에 노출된 적이 없는 기업의 중요 영업비밀이라는 점을 강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