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부가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정에 서명했지만 국내 자동차업계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한·미 FTA 개정과 상관없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자동차 관세 면제를 별도로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 자동차의 50% 이상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고 대미 무역흑자가 줄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관세 면제 필요성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를 약속하면서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지만, 한국산 자동차 관세 면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아직 없다. 외국산 자동차 수입에 대해 ‘안보 위협론’을 들고나온 미국으로서는 일본 유럽연합(EU) 등 다른 자동차 수출국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글로벌 회사들의 로비나 견제 또한 치열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이 철강처럼 관세 면제 조건으로 쿼터제 같은 수입규제를 들고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문 대통령의 방북 대표단에서 빠지면서까지 미국행을 택한 것은 예측하기 어려운 통상공세에 직면한 기업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만에 하나 미국의 25% 관세 부과로 지난해 84만 대를 넘었던 대미 자동차 수출길이 막힐 경우 일자리 감소, 협력업체 도산 등 연쇄적 악영향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긴요하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먼저 체결된 게 한·미 FTA 개정 협상”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미국의 통상 공세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는 만큼 모든 역량을 결집해 통상외교에 나서야 한다.

자동차업계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버텨낼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통상 공세가 대개 거대한 변화기와 맞물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경쟁력을 높여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지켜내는 데 노와 사가 따로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