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현대코인’으로 불리는 현대BS&C의 가상화폐 ‘HDAC’이 다음 달 3일까지 260억원 규모의 가상화폐 소각을 마무리 한다. 백서에 명기한 물량의 12%가 단기간에 사전 채굴된 데다가, 지난 달 5월에는 해킹사건까지 불거지는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26일 HDAC 팀에 따르면 974만1235개의 HDAC을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소각한다. 소각이 완료되면 해당 개발팀은 지난 6월부터 총 5억1779만4000개를 소각한 셈이 된다. 현재 HDAC이 가상화폐 거래소 ‘비박스’에서 약 50원 가량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약 260억원 규모가 증발하는 것이다.

HDAC은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정대선 사장의 현대BS&C에서 개발한 가상화폐다. 본사는 스위스 주크에 있다. 사물인터넷(IoT)에 활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명 현대코인으로 불리며 지난 해 높은 인기를 누렸다. 지난 해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모집된 자금만 약 3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올 들어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인 메인넷(차세대 블록체인 시스템) 공개 전 이뤄진 사전채굴 미스터리다. HDAC의 백서에 따르면 총 발행량은 12억개. 이 물량은 한꺼번에 시장에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채굴에 따라 점진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구조다. 비트코인과 같다.

논란은 지난 5월 메인넷 공개를 앞두고 단 세 개의 주소가 이 개월 동안 전체의 12%에 달하는 1억4000만 여개를 채굴한 점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해당 주소가 누구의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설이 제기됐지만, 명확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이 처럼 극소수의 채굴자가 단기간에 막대한 물량을 채굴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같은 달에는 HDAC을 전문적으로 채굴하는 사설 마이닝풀(채굴업체)의 해킹사건이 발생했다. HDAC 투자자 사이에서는 “소수의 채굴자가 보유한 12%와 해킹당한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결국 HDAC은 지난 5월 30일 전체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5억 여개의 HDAC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소각은 유통물량을 줄이기 위해 가상화폐 개발팀이 흔하게 채택하는 방식이다. 한 가상화폐 전문가는 “HDAC 소각을 통해 기존에 불거졌던 가격 하락 가능성과 관련한 논란은 한 동안 사그라질 전망”이라며 “다만 특정 채굴자가 독점적으로 막대한 물량을 채굴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크게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