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중심 대미외교 속 기존 북미라인 약화 눈길
외교부 차관급 라인업 교체… 다자·통상외교에 방점
외교부의 차관급 인사를 통해 다자외교와 통상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강경화 장관이 오랜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업무를 담당한 다자외교 전문가인데다 1차관이 된 조현 차관도 다자외교조정관을 지내 다자외교업무에 정통하다.

여기에 2차관에 발탁된 이태호 청와대 통상비서관은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외교통상부 FTA정책국장을 지낸 통상 전문가다.

그동안 임성남 1차관이 오랜 북미국 경험과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내며 쌓은 노하우로 대미외교와 북핵 외교의 중심을 잡았지만, 이제는 이런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고위인사가 부재한 상황이 됐다.

또 이번에 교체된 조병제 국립외교원장도 한미안보협력대사와 북미국장을 지낸 대표적인 북미라인으로 분류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한일·한중 관계를 풀어가는 현재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를 축으로 북핵 문제와 한미 관계를 조율하고 있는 만큼 외교부는 다자외교와 통상외교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미외교 과정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외교부에 대한 불만이 이번 인사를 통해 표출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상황을 돌파하기보다는 상황 관리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문책 성격이 담긴 인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핵 및 대미외교는 외교부 내의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청와대와 입장을 조율하며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외교부 차관급 인사를 통해 동북아 협력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투영된 것이라는 평가도 한다.

이태호 신임 2차관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에 파견돼 동북아 경제협력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고, 조세영 신임 국립외교원장은 동북아시아국장을 지낸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한일관계 50년, 갈등과 협력의 발자취', '외교외전' 등의 저서도 가지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과거 정권에서 잘나가던 북미라인 대신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던 다자외교나 통상외교 담당자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며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를 축으로 대미외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외교부는 그동안 소홀했던 분야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